[논설] 면허 신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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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면허 신고의 가치
  • 김영경 교수(충청대학교 치위생과)
  • 승인 2023.05.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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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교수
김영경 교수
중고거래 사이트를 둘러보던 내가 던진 “아무리 럭셔리 가방이라도 중고인데 이렇게 비싸게 파는데도 사는 사람이 있네. 그 돈이면 중저가의 새 가방 사는 게 낫지 않나?”라는 질문에 딸아이의 대답은 “그게 명품은 아니잖아. 그냥 그 명품이라는 이름값을 가지고 싶은 거지. 샤*, 루* 이런 거 사서 헤질 때까지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어? 명품은 그저 명품이라는 이름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야”였다. 엄마의 어리석은 질문에 비해 딸내미의 답은 현명했다.
 
무엇이 명품일까? 사람도 명품이 있을까? 명품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좋은 직업 학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알게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산다. 그럴싸한 직업과 좋은 대학이라고 불리는 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 가지는 호감과 신뢰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그럴싸한 직업들이 가지는 책임감과 도덕심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학교에서 직업윤리를 강의하다가 소방안전과 학생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학생은 소방관이 되어서 사고 현장에 진입하다가 큰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선택했나요.” 학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단호한 어조로 “네”라고 대답을 한다. 강의실에 모인 타과 학생들은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명품 인간이란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보건의료인의 행위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가 자격 및 관리를 법으로 정해서 관리한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치과위생사의 면허신고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면허 신고는 3년마다 해야 하며 연 8시간의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보수교육을 통해 우리는 최신의 정보를 얻고 치과위생사로서의 윤리도도 다져본다.
 
면허신고는 우리가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정체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한 행위이며, 그러한 정체성은 내가 나를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면허신고를 하지 않으면 면허신고를 할 때가지 치과위생사 면허의 효력이 정지되며 그 기간은 무면허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면허가 정지 된 상황에서의 작은 실수는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치과위생사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면허가 없는 누군가가 우리의 업무를 침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정작 그 면허를 유지하기 위한 보수교육 이수 면허신고 등의 행위에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법은 집행의 성질상 면허효력정지를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하여 강력한 집행이 힘든 것은 사실이며, 그로 인해 실효성을 더 느끼지 못 하는 듯하다. 그러나 법의 집행이 아무리 강력해도 자신이 지킬 의지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고, 법이 없어도 스스로의 가치를 가지면 지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직업에 대한 가치는 사회적 신망으로 만들어질 수 있으며, 그 사회적 신망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면허신고가 아닐까한다. 면허신고는 곧 우리의 정체성을 알리는 것이고 면허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이라 본다. 여러분, 면허 신고 합시다. 당신이 누구신지 알려 주세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부심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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