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직장인에게 ‘해고’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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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직장인에게 ‘해고’란 무엇인가?
  • 하종강 교수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승인 2023.07.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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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
하종강 교수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직장인들이 해고당하는 이유와 형태는 수만 가지도 더 되겠지만, 모든 해고는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다. ‘징계해고’이거나 ‘정리해고’이다. 직장인이 어떤 잘못된 행위를 해서 그 책임을 물어 해고하는 것을 ‘징계해고’라 하고,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아무 잘못이 없는 직장인을 부득이 해고하는 것을 ‘정리해고’라 한다. 그러니까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흔히 ‘감원’이라고 불러왔던 회사의 조치가 노동법상 ‘정리해고’라고 할 수 있다.
 
‘부당한 해고’와 ‘정당한 해고’
모든 해고는 또한 ‘부당한 해고’와 ‘정당한 해고’로 나눌 수 있다. 이 둘 중에 해고당한 피고용자 직장인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해고는 무엇일까? 얼핏 ‘정당’이 좋은 뜻의 단어여서 오해할 수 있지만 ‘부당한 해고’가 해고당한 노동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 해고다. ‘정당한 해고’란 회사가 한 해고 행위가 정당하다는 뜻이므로 노동자는 그 해고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부당한 해고’라고 판명이 돼야 노동자는 해고당해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보상’을 금전적 손해배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회사가 행한 해고가 부당하므로 무효가 되고 노동자는 다시 회사에 복직할 권리와 함께 해고 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임금을 한꺼번에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 복직하지 않는 조건으로 회사로부터 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받는 것으로 회사와 합의할 수는 있다.
 
‘정리해고’는 교섭 대상인가?
오래 전, 만도기계라는 회사의 노동조합이 회사의 정리해고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을 했을 때, 그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던 경찰 책임자가 TV의 뉴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리해고는 회사의 고유한 인사·경영상의 문제로서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한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입니다. 법을 집행해야 하는 저희들로서는 불법 파업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워 부득이 공권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경찰 책임자의 말은 잘 몰라서 한 ‘무식’의 소치이거나 아니면 알면서 한 ‘거짓말’이거나 둘 중의 하나를 피할 방법이 없다. 노동법 연구에 평생을 바친 법학자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을 지금까지 듣거나 보지 못했다. 법학자들은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 간의 분쟁은 노동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즉, 노동쟁의에 해당하며 이 같은 불일치 상황에서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는 정당하다”라고 해석한다.
 
노동문제 사건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 판결을 하는 우리나라 법원에서조차 인사권·경영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한 적은 없다. 오히려 “기업의 인사와 경영에 관한 사항일지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는 판결들이 여러번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육법전서 어느 구석에도 나오지 않는 ‘인사권·경영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리해고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흔히 볼 수 있다. 조금 전문적 영역이지만 ‘이익분쟁’과 ‘권리분쟁’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인사권·경영권은 사유재산과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사회 지배 세력을 편들기 위한 교묘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IMF 외환위기 무렵 벌어진 금융권의 파업 과정과 결과를 보면 자명해진다. “정부의 경제 정책은 노동조합과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던 정부가 금융노조 총파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장관들이 나서서 노동조합과 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파업을 마무리했다. 정부의 정책도 노동조합과 교섭의 대상이 된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피고용자 직장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인사권이든 경영권이든 모두 노동조합과 교섭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옳은 해석이다. 노동조합의 주장이 과도하다 싶으면 회사는 교섭에 임해서 응하지 않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된다. 노동자들이 ‘요구할 수 있는 내용’과 ‘요구할 수 없는 내용’을 법률적으로 말끔하게 가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져 부득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하게 되는 정리해고는 노사 간에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할 교섭 대상이다.
 
근로기준법의 해고 관련 규정
해고당한 직장인들이 그 해고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정당한 해고’인지 ‘부당한 해고’인지 한번 판단을 받아보고 싶을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법률적 절차는 매우 다양하다. 노동청에 진정, 고소 또는 고발을 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법원에 민사소송과 가처분신청 등을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판단을 하게 된다. 그 판단의 근거가 되는 노동법이 근로기준법이다. 피고용자 직장인들이 당하는 해고의 사유와 형태는 수없이 많지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음과 같이 매우 간단하게 규정돼 있다.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부수적 내용을 빼면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짦은 문장이 판단의 기준이다. 그렇다면 이 짦은 단 한 줄에 터 잡아 직장인들이 당하는 수많은 해고에 대해 어떻게 자세한 기준들을 적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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