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징계해고의 정당성 판단에 대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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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징계해고의 정당성 판단에 대한 기준
  • 하종강 교수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승인 2023.08.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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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
하종강 교수
정당성 판단의 근거
직장인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그 책임을 물어 해고하는 것을 ‘징계해고’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 원고에서 이미 설명했다. 해고당한 노동자가 그 해고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든가 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신이 당한 해고가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부당한 것인지 한번 판단을 받아보고 싶어 하면 문제가 좀 복잡해진다. 노동청 진정, 고소 또는 고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법원 민사소송과 가처분신청 등의 법률적 절차를 밟아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난 원고에서 간단히 설명했다.
 
그 정당성 판단의 근거가 되는 노동법이 근로기준법의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는 조항이고, 법률에 명시된 판단 기준은 결국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짦은 문장 단 한 줄이다.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이나 법원의 판사들은 이 짧은 단 한 줄의 문장에 근거해 해고 사건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직장인들이 당하는 해고는 그 사유와 형태가 수도 없이 다양하다. 그렇다면 근로감동관이나 판사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간단한 기준에 터잡아 어떻게 다양한 해고 사건을 판단하고 있을까?
 
정당성 판단의 기준
오래 기간 다양한 해고 사건에 대해 재판을 해 오면서 법원의 판사들 내부에서는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일정한 기준을 마련했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해고 절차’, ‘해고 사유’, ‘징계권 남용’이 바로 그 세 가지 기준이다.
 
첫 번째 기준 – 해고 절차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먼저 따지는 기준은 ‘해고 절차’이다. 가장 먼저 따진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해고 절차를 면밀히 살펴서 절차에 어긋났다고 판단되면 다른 기준인 ‘해고 사유’나 ‘징계권 남용’ 여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살펴보지 않고 일단 그 해고를 무효라고 본다.
 
직장인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예를 들어 회사 돈을 수억원이나 횡령했다고 해도 절차에 어긋나게 해고하면 법원에서는 일단 그 해고를 무효라고 판단한다. 회사는 그 노동자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해야만 한다.
 
해고 절차는 대개 회사마다 갖고 있는 취업규칙에 규정돼 있다. 명칭이 꼭 ‘취업규칙’이 아니더라도 인사 노무와 관련된 모든 기준들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만일 취업규칙(인사관리규정, 포상규정, 징계위원회 운영 규정 등)에 “직원을 징계할 때에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사자를 출석시켜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면 반드시 그 절차를 지켜야 한다.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직장인이라 해도 절차에 어긋나게 해고하면 그 해고는 무효가 된다.
 
만일 징계위원회에 그 징계와 관련된 사람이 징계위원으로 참석한다면 절차에 어긋났다고 본다. 이를 ‘제척사유’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관리자와 심하게 다툰 것이 징계 사유가 됐는데 그 관리자가 징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하면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취업규칙 등에 징계에 관한 절차가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면 물론 아무런 절차를 지킬 필요 없이 경영자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그 결정이 정당해야 한다. 징계 절차가 전혀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좀 더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 경영자가 징계위원회나 인사위원회를 임의로 구성해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해고 절차가 잘못돼 무효라는 판단을 받게 된 경우에는 징계 사유의 시효가 소멸되지 않았다면 같은 잘못에 대해 다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징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째 기준 – 해고 사유
회사가 주장하는 해고 사유가 과연 사실인지 따져 보는 것이다. 대부분 회사의 주장과 해고당한 노동자의 주장이 상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 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각종 증거 자료와 증언들이 동원된다. 회사는 회사에 유리한 증언을 해 주는 증인을 구하기 쉬운 반면 해고당한 노동자는 자신을 도와 증언을 해 줄 직장 동료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고당한 당사자와 노동상담을 할 때에는 “사건 당시 회사에 다녔으니 그 뒤 퇴직한 동료들 중에서 연락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해고 사유에 대해서는 해고 당시에 거론됐던 사유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다. 해고한 뒤에 그 직장인의 더 큰 잘못들이 발견됐다고 해도 그 내용을 같은 사건에 해고 사유로 추가할 수는 없다. 별도의 사건으로 다시 다뤄야 한다.
 
세 번째 기준 – 징계권의 남용
징계권의 남용이란 쉽게 말해 작은 잘못에 대해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를 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해온 직장인이 한두 번 지각했다고 해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각한 행위가 분명히 잘못이기는 하지만 해고당할 만큼 중대한 잘못은 아니어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권이 남용됐다고 본다. 시말서 제출이나 감봉 등 다른 적합한 수준의 징계를 해야 한다. 징계권이 남용된 것으로 보아 그 해고가 무효가 된 경우에는 다시 징계 절차를 밟아 적절한 징계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까 ‘징계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리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은 조금 더 복잡한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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