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비정규직 고용의 형태와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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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비정규직 고용의 형태와 종류
  • 하종강 교수(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승인 2024.06.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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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교수
하종강 교수
비정규직 고용의 형태
비정규직 고용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특수고용 비정규직이다. 순서가 뒤로 갈수록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불리한 고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하나씩 알아보자.
 
1) 직접고용 비정규직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촉탁직 등으로 불리는 노동자들이다. 간접고용이나 특수고용 비정규직보다는 그나마 조금 나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앞 원고에서 설명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촉탁직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은 근로계약을 반복해서 갱신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상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장기계약직’이니 ‘상용일용직’이니 하는 앞뒤가 모순된 표현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회사가 재계약을 거부하면 일자리를 상실하게 되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이기 때문이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2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에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돼 계속 근무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회사가 그 노동자를 2년이 되는 날 해고하면 이 법 조항은 무용지물이 된다. 기업은 같은 자리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계속 바꿔 가며 고용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계약을 갱신할 때 잠시 공백 기간을 두는 방법으로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피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의 근로계약을 흔히 ‘쪼개기 계약’이라고 부른다. ‘비정규직 교수’라고 불리는 대학 강사들도 방학 때마다 계약이 해지되는 방식으로 5개월 단위의 계약을 하는 학교들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되기도 하지만 케이스마다 따져봐야 할 조건들이 다양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2) 간접고용 비정규직
인터뷰하러 온 한 방송사의 음향 기사가 내 옷에 무선 마이크를 달아 줄 때 살며시 물어본 적이 있다. “혹시 정규직이세요?” 그 사람은 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계약직만 돼도 좋겠습니다.”
 
외주 용역회사에서 방송국에 파견된 노동자였던 것이다. 방송사에서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도 되는 것이 그 사람의 소원일 정도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그 짧은 대답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흔히 파견, 용역, 사내하청 등으로 불리는 고용계약이 있다. ‘파견’이란 파견법(「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간접고용을 뜻한다. 인력 파견 업체에 고용된 뒤 다른 회사에 파견 나가 일하는 노동자들을 말한다. 인력 파견 업체들을 흔히 ‘용역회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견법에서는 파견 허용 업종과 파견 허용 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무분별하게 아무 일자리에나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98년 처음 파견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26개의 전문적 업무에 대해서만 합법적으로 파견 노동자들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가 참여정부에서 법을 개정해 현재는 32개 업종으로 늘었다. 기업은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에게 파견 가능 업종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기업의 오랜 민원 사항을 해결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여겼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직전까지도 파견법 개정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장에서 ‘업무위탁’ 또는 ‘노무도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불법 파견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 경우가 많다. 사실상 노동자 파견이면서도 형식적으로만 다른 이름으로 계약을 맺는 것이다.
 
한 예로, 부산지하철에서 매표 업무를 민간 회사에 위탁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말이 위탁이지 매표 업무에 대한 감독을 해당 역장이 하였을 뿐 아니라 매표에 필요한 시설과 물품도 모두 지하철 소유였다. 결국 부산지하철은 2003년에 부산지방노동청으로부터 불법파견 시정 명령을 받았다.
 
1980년대부터 자동차와 조선 업종 등의 제조업체에 도입되기 시작한 이른바 ‘사내하청’, ‘외주용역’의 경우도 적법하지 않은 간접고용, 곧 불법 파견인 경우가 많다. 사용업체와 사내하청업체 간에는 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제 도급이 되려면 하청업체가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독립적인 업무지시 및 인사노무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내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를 공급하는 것 이외에는 독자적 생산 설비나 작업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다. 사내 하청업체가 하는 일이란 노무관리의 극히 일부를 담당하는 것뿐이다. 사용업체 곧 원청회사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입과 해고에 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할 뿐 아니라 대부분 직접적으로 지휘 감독을 하거나 작업 지시 명령을 한다. 이러한 경우는 명백한 불법 파견이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등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3) 특수고용 비정규직
‘특수’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좋은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상 ‘특수하게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이다. 실제로는 노동자가 분명하지만, 그 고용 형태가 매우 특수해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계약을 마치 사업자와 사업자끼리의 계약인 것처럼 형식을 갖추고 심지어 노동자에게 사업자등록을 하게 하는 경우까지 있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 운송기사, AS 기사, 애니메이터, 텔레마케터 등과 같이 업무위탁계약 내지는 도급계약이 일반적이지만, 방송사 작가, 리포터의 사례처럼 프리랜서 형태의 계약도 있고,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사례처럼 아예 사용자와 일체의 계약 없이 알선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회사가 정한 시간에 맞춰 출근해야 하고, 회사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교육이나 회의에 참여해야 하고, 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 조치를 받기도 한다. 노무 제공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내용상으로는 ‘노동자’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노동부나 법원은 이들이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는 형식적 이유를 들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4대 보험 적용에서 배제되어 법정수당, 휴일・휴가, 고용보장, 모성보호, 산업재해, 퇴직금, 실업수당 등의 적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설립이나 단체교섭, 단체행동권의 행사도 제한을 받는 실정이다. 학습지 교사들의 장기 투쟁이 대표적 예에 속한다.
 
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회사에 고용된 피고용자 직장인이었다가 그 고용 형태가 점차 특수고용직으로 변화된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대부분 내용이나 형식에서 모두 완벽한 노동자였다. 기업이 이들에 대한 노동법상의 책임을 지지 않고 각종 보험에 대한 부담도 없앨 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을 절약하기 위한 방편으로 점차 개인사업자 형태로 그 계약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계약도 피고용자로서 그 권리를 보호하는 추세이다. 독일에서는 주유소나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업주까지 노동자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사업장에서는 경영자이지만 대기업과의 계약관계에서는 각종 통제를 받는 피고용자로 보는 것이다. 본사가 그들의 영업 방식이나 노무 형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편의점에서 큰 문제가 됐던 ‘갑을 관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유소사장노동조합이나 편의점사장노동조합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본사와 분쟁이 발생할 때는 노동법원에서 다루도록 규정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폭증하는 ‘플랫폼 노동자’들도 특수고용 비정규직에 해당한다. 선진국에서는 점차 이들도 독립된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로 해석하는 추세에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급진적 지침을 마련했고, 영국과 프랑스 법원에서는 우버(Uber) 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했고,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플랫폼 종사자들이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여러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 노동자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고전적 휴머니즘의 차원에서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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