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오카 가는 길, 루페(eye loupe) 쓴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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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오카 가는 길, 루페(eye loupe) 쓴 치과위생사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4.02.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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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오카 가는 길

일본 동북부의 최대 도시 센다이는 3년전 이 지역을 휩쓸고 간 쓰나미의 기억과 강하게 결합돼 있다. 졸업식과 결혼식이 치러지던 작은 도시의 평화로운 일상을 정지시키고 순식간에 폐허로 만든 충격적인 뉴스 화면이 아직 생생하다.

센다이 르미에르 치과에서 넥스트 스테이지 연구소의 Premium PMTC 코스를 마치고 모리오카로 가는 신간센의 창밖으로 유난히 빈터와 새 집과 건축 공사가 많이 보였다.

모리오카는 이와테현에서 가장 큰 도시로 2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이와테 의과대학은 의학부, 치학부, 약학부가 있고, 다이스케 이나바 교수는 예방치과학 교실 소속으로 다양한 연구와 임상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 가을 KCQ 모임의 뒷풀이 자리에서 우리 대학에서 UBC 치위생학과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모두 루페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교육 과정에 도입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하였다. 이나바 교수는 마침 자신이 루페를 사용한 새로운 PMTC 방법을 개발하여 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우리를 초청하였다. 이 여행은 연세치대 김백일교수와 남서울대 치위생학과 석사2학기 이지은 학생이 동행하였다.

이나바 교수의 Premium PMTC은 루페를 사용한 인간공학적인 `균형 자세(balanced position)'에서 Air Scaler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치과의료와 인간공학의 만남

이나바 교수의 강의 슬라이드에서 `Balanced Position'이라는 용어를 본 순간 닥터 비치가 떠올랐다. 일본에 귀화한 미국인이었던 비치 박사는 자신의 인간공학을 극단까지 밀고 갔으며, 한때 열성적인 추종자들을 거느린 전설적인 치과의사이다. 이나바 교수는 대학 시절 비치 박사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비치 박사의 철학과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치과의료관리(dental practice management)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첫 장면에서 인간공학을 만나게 된다. 경영의 역사 역시 그러하다.

경영의 역사에서 테일러는 첫 장에 기록된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는 20세기 초에 미국을 생산성 혁명으로 이끌었고 서구에 전파되었다. 그의 대표적 저서인 〈과학적 관리의 원칙〉은 2차 대전의 패전국 일본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11년 출판된 이 책은 한국어 번역판이 나왔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눈이 나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기계제작 공장에 작업직으로 취직한 테일러는 근로자들의 태업과 점증하는 노사갈등을 체험한다. 그는 생산성을 높여 기업의 이윤을 늘이고, 비용을 줄이며, 근로자들에게는 높은 임금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는 기존의 주먹구구식 관리를 과학적 관리로 대체함으로써 더 많은 노력이나 자원을 들이지 않고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떤 경영학자는 테일러에 의한 생산성 혁명이 선진국 국민들이 생활 수준과 삶의 질을 높혀 마르크시즘을 패배시켰다고 말한다.

그는 작업의 연구와 분석을 통하여 일하는 방식을 과학화시켰다. 작업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동작들은 옳은 방법으로 주어진 시간내에 알맞은 도구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는 삽질에도 과학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계승자 길브레이드는 `벽돌쌓기 동작'을 18 동작에서 5 동작으로 줄일 수 있었다.

테일러의 `시간 연구'와 길브레이드의 `동작 연구'는 일을 할 때 필요 없는 동작을 제거하고, 복잡하고 느린 동작을 체계적이고 빠른 동작으로 바꿈으로써 피로와 시간을 줄이고자 하였다. 일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빠른 방법과 도구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은 모든 도구와 방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동작과 시간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연구함으로써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다.

치과의료관리의 역사도 테일러의 이름과 함께 시작된다. 치과 의료관리의 태동기는 `시간과 동작 연구의 시대'로 부를 수 있다. 전통적인 진료 자세와 방법과 도구에 만족할 수 없었던 몇몇 개원의들에 의하여 시작된 작업연구는 치과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하였다.

 

□치과의료 분야의 인간공학적 성과

치과의료는 새롭게 떠오르는 과학인 인간공학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한다. 진료 합리화는 이 운동의 철학이며 목표였다. 인간공학은 비이성적인 요소를 거부하고, 이성에 기초한 `합리적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당시에 인간공학의 지식은 농업, 건축업, 운송 등에 부분적으로 응용되기는 하였으나, 치과만큼 광범위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된 분야는 없었다.

1960년대에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의 주도로 많은 치과의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는 전문직과 전문직의 국제기구가 회원들에게 합리성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제공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FDI 의장은 치과에서의 인간 공학적 성과를 달 착륙에 비유함으로써 치과의사들의 자신감과 개척정신을 표현하였다.

치과진료의 시간 - 동작 연구는 진료과정의 분석을 통하여 기존의 전통적이고, 비합리적인 방법을 개선하였다. 치과 시간-동작 연구는 진료 과정 바꾸기, 진료실의 재배치, 팀웍 향상을 위한 조정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경험적인 관찰과 테일러와 길브레이드의 가이드 라인, 인간공학의 원리와 방법론은 초기 진료 자세의 연구에서 장비의 표준화와 배열, 공간 계획의 문제까지 광범위한 주제로 확대되었다.

진료 합리화 운동의 두 번째 단계는 진료실에 국한된 인간 공학적 관심이 치과병·의원의 전체적인 구조와 조직으로 넓혀진다. 합리화의 목적이 불필요한 일을 없애는 것이라면, 좋은 방법은 팀 개념의 적용에서 얻을 수 있다. 치과 스탭의 체계적 활용이 새로운 주제가 된다.

어떻게 위임을 할 것인가? 치과의사가 자신이 혼자 하던 일을 스탭에게 효과적으로 위임하고, 팀웍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이 연구된다. 마지막 단계는 치과의사와 스탭의 팀웍에 대한 관심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치과의사와 스탭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일 단순화의 개념은 치과분야에 폭넓게 적용되었다. 장비의 디자인, 진료실 설계에서 네 손 진료(Four handed dentistry)를 통한 치과의사와 스탭의 진료 팀웍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네 손 진료(Four-handed dentistry)는 진료의 효율성과 팀웍을 위하여 인간공학 연구자들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현재, 네 손 진료의 텍스트는 구하기 어렵지만 기본 개념과 방법들은 많은 임상 저서와 치과진료보조(Dental Assisting)에 응용되어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네 손 진료는 치과의사와 스탭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줄이며 진료 효율을 높인다. 치과의사의 체어 타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스탭에게 많은 부분을 위임함으로써 치과의사는 핵심 프로세스에 집중할 수 있다. 스탭은 표준화된 자세와 방법으로 일을 하게 됨으로써 만족스럽게 일하게 된다. 또한, 환자는 편안한 자세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치과의사와 환자 관계가 증진된다.

 

□치과위생사와 인간공학

인간공학의 두 가지 목표는 진료 생산성과 건강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임상치위생학 교과서에서는 인간공학을 별도의 챕터로 다루고 있다.

 

□Telescopic Dentistry, 루페를 이용한 치과진료

루페(eye loupes, telescopes)는 전통적인 안경 대신 쓰는 망원경 타입의 확대경이다. 루페는 치과 진료를 하는 동안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시술 시야를 개선하여, 정확한 시야를 확보해주며,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두 개 이상의 렌즈가 장착된 망원경 타입의 루페는 대개 2∼2.5배 또는 2.5∼3배의 배율로 시술 부위를 확대해주며, 필요한 심도를 제공해 준다. 또한 술자의 얼굴과 환자의 입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치과위생사가 등과 척추를 바르게 편 자세에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잘못된 진료 자세로 인한 트라우마가 축적되어 직업성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술자의 눈이 환자의 얼굴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거나, 멀리 떨어질 경우 루페에 나타나는 상이 흐려진다. 적절한 자세를 유지해야만 선명한 상을 볼 수 있다.

현재 치위생 교육과 임상에서 시술 시야 향상과 인간공학적 목적으로 루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대부분의 치과위생사들이 루페를 사용하고 있다. UBC 치위생학과의 경우 학생들이 임상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루페 구입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치과위생사들의 루페 사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 이와테 치과대학의 경우 부설 치위생과에서 2006년부터 루페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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