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중심의학과 근거중심치위생 실무 Evidence based medicine and Evidence based dental hygiene prac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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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중심의학과 근거중심치위생 실무 Evidence based medicine and Evidence based dental hygiene practice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4.06.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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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한국치위생과학회는 가을 종합학술대회 연자로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코반 교수를 초정하였다. 그 무렵 필자는 의료법 개정에 따라 설치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치의학측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근거중심의학(EBM)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소개하였고, 치의학과 치위생학 분야에서 관련 문헌을 찾아 보았다. 이때 알게 된 학자가 코반 교수이다. 진지하고, 소박한 모습이 인상적인 학자였다. 지난 해 같은 대학의 컴튼 교수가 우리나라를 방문하였을 때, 연세 치대 강연 후 식사 자리에서 코반 교수의 안부를 물었다. 몇 달전에 돌아가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방문 당시 이미 암 투병 중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대 박사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교육철학을 공부하고 있었다고 하였다. 치위생학계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근거중심의학의 시작,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 

근거중심보건의료(Evidence Based Health Care)는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의 철학과 방법론이 치의학, 간호학 등 보건의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새롭게 정립된 개념이다.

근거중심의학은 최선의 가용 연구 지식을 임상가의 경험과 환자의 가치와 통합시켜 실제 임상진료에 적용하기 위한 접근 방법이다. 최고의 연구 근거는 임상 진료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결과들로부터 도출되며, 환자의 가치는 환자의 선호도, 기대를 뜻한다. 의사의 숙련도는 자신의 경험과 기술이 환자의 가치와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미국 치과의사협회(ADA)는 2001년 정책기술서에서 “근거중심치의학(EBD, Evidence-Based Dentistry)은 환자의 구강 및 전신 건강 상태, 병력 등 임상적 관련성이 있는 과학적 근거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를 치과의사의 임상적 숙련도, 환자의 진료 필요 및 선호도와 주의깊게 통합시키는 구강보건의료의 접근법”이라고 정의하였다.

근거중심의학의 창시자인 새킷(Sackett)은 1980년대에 맥마스터 대학에 임상역학 및 생통계학 교실을 개설하여 역학과 통계학 지식을 통해 임상적 근거의 타당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임상 진료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 전략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1992년에 기얏(Guyatt) 등이 JAMA에 실린 논문에서 `EBM'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근거중심의학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학술문헌에 등장하였다.

 

근거중심보건의료와

근거중심실무

근거중심의학은 1990년대 중반부터 영국 의학계에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여러 대학에서 워크숍이 개최되었고, 의학,치의학,간호학 등의 EBM 센터가 설립이 추진되었다. 1990년대 말에 근거중심치의학(Evidence Based Dentistry) 등 많은 학술지들이 창간되었다. 미국의 치의학과 치위생학 분야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공식적인 문건을 통해 근거중심치의학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치위생 분야에서는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근거중심 치위생 실무, 교육,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근거중심의학이 시작된 후 불과 17년이 지난 현재에는 학문적 경계를 넘어 사회복지 등 대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 분야로 범위가 확장되어 근거중심실무(Evidence Based Practice)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시작된 연구전략은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서구 국가를 거쳐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 연구, 실무, 교육, 제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근거중심보건의료는 21세기의 시대 정신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실제적 성과에 대한 비판과 오해가 공존하고 있다. 근거중심보건의료의 개념을 무작위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으로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 임상의학에 대한 역학 연구방법으로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거중심치위생실무

근거중심보건의료의 철학과 방법은 동일하지만 바라보는 관점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실천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미국 치과위생사협회가 정의한 치과위생사의 역할에 따라 연구자, 교육자, 임상가, 행정가로서 요구되는 실행 수준과 활용 방안을 개발할 수 있다.

근거중심실무는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연구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검색하고, 평가하여, 임상적 판단을 위한 기초로 활용하는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임상가가 근거중심 보건의료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환자/대상자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질문을 만들고, 필요한 문헌을 찾고, 채택된 문헌의 과학적 근거를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임상에서 적용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로젠버그(Rosenberg)는 근거중심의학의 실천 방법을 다음과 같이 네 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① 환자의 문제로부터 명확한 임상 질문을 설정한다.

 ② 임상 질문과 관련된 문헌을 검색한다.

 ③ 문헌에 실린 증거의 타당성과 효용성을 평가한다.

 ④ 유용한 증거를 자신의 임상에서 실천으로 옮긴다.

새킷(Sackett)은 근거중심의학의 실행 과정을 평가하고 개선 방법을 모색하는 다섯 번째 단계를 추가하였다. 근거중심실무의 첫 단계에서는 답변가능한 질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좋은 질문은 배경 질문과 구체적 질문으로 구성되며,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관한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측면 등 모든 범위를 포괄할 수 있다. 문헌을 검색하고 타당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터넷을 이용하여 다양한 학술문헌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필요한 문헌을 검색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또한 연구 대상 문헌을 선정하고 분석하기 위해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이라는 연구방법을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임상가들이 근거중심보건의료 연구 능력과 시간적 여유를 갖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연구자와 임상가의 관점을 구분하여 근거중심보건의료의 실행 단계를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근거중심치위생 연구자의 관점을 선택할 경우 앞에서 제시한 네 단계를 모두 실행해야 하며 연구주제에 대한 최신 근거를 알고 있어야 한다. 임상치과위생사는 체계적 문헌 고찰을 직접 실행할 필요는 없으며, `답변가능한 주제'에 대한 비평적 문헌 분석 결과를 찾아서 임상에 적용하면 된다. 다양한 근거중심치의학 자료원과 이차저널을 통해 체계적 문헌고찰과 임상적 권고를 만날 수 있다. 전자를 `근거중심치의학 하기(Doing EBD)'라 할 수 있고, 후자를 `근거중심치의학 활용하기(Using EBD)'라고 부를 수 있다.

`근거중심치의학 연구활용'은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과 '연구활용(Research Utilization)'이라는 두 가지 이론의 접점이 된다. 근거중심의학이 타당성있는 무작위임상시험 결과들을 찾아내고 정교한 임상역학적 연구방법에 의해 유용한 임상적 지침을 도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연구활용'은 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임상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연구지식의 확산에 대한 관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신의료기술평가와 근거중심의학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 수준에서 관련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여 보건의료제도에 근거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하기 시작하였다. 몇 해 전에 설치된 신의료기술평가 위원회는 신의료기술평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의료기술사업본부의 기능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 이관되어 근거중심 연구와 협력을 지향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임상진료지침정보센터를 설립하였고, 관련 연구와 문헌이 증가하고 있다. 치의학계에서도 몇 년 전부터 근거중심치의학의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치과의료계의 신의료기술 등재 결과는 절망적이다. 신의료기술 평가 사업이 시작된 이후 아직 한 건도 등재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소위원회 평가를 받았던 레이저형광에 의한 우식진단도 기존 진단법에 비해 유의한 효과를 인정할 수 없으니 더 많은 근거를 만들어 오라는 취지의 결정을 받았다.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실험 같이 근거수준이 높은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고, 체계적 문헌고찰 대상이 되어 메타분석에 의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치과의료계는 근거중심의학과 임상역학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향후 본격적인 근거중심보건의료 시대에 대비하여 근거중심의 치위생 실무, 교육,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산하에 `근거중심치위생 연구 위원회'를 설치하여 전략을 개발하고, 연구를 지원하며,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치위생계의 최대 과제는 전문가 모델의 확립이며, 치위생 실무(dental hygiene practice)의 과학적 근거 수준에 따라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근거중심치위생 실무가 임상과 교육과 학술의 핵심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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