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생 전문직 Dental Hygiene Profession, 임상 치위생학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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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생 전문직 Dental Hygiene Profession, 임상 치위생학에 길을 묻다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3.06.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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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서 어느 쇼핑몰을 걷다가 치과 간판을 봤다. 치과 이름 아래에 두 명의 치과의사와 한 명의 치과위생사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원장 OOO'라는 이름과 함께 `치과위생사 OOO'라는 이름이 적힌 치과 간판을 본 적이 없다. 신선한 충격이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이름을 나란히 올린 것은 단순한 배려 차원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치과위생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료를 할 만큼 역할과 책임이 주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치과위생사의 직무기술서(position description)

▲미국치과의사협회 (ADA)의 직원 매뉴얼 중 치과위생사의 직무기술서

미국 치과의사협회(ADA)는 치과병·의원의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표준적인 직원 매뉴얼을 발간하고 있는데, 여섯 가지 직종의 직무 기술서(position description)를 제시하고 있다.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조무사와 함께 Business manager, Receptionist, Infection control coordinator의 직무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치과위생사의 직무는 크게 세 가지이다. 장비관리, 환자관리, 치위생 진료실의 감염관리이다. 이 가운데 치과위생사는 `환자관리'를 위해 매일 리셉션니스토와 함께 `치위생 환자(hygiene patient)'의 스케쥴을 확인하고, 효율적인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약속을 조정한다. 치과위생사는 주의깊게 의과 및 치과 병력 차트를 검토하고, 환자의 치주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기록한다.

환자에게 계획에 따라 치면세마, 치석제거, 치근활택, 선택적 치면연마 술식을 제공한다. 치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방사선 촬영을 하며, 국소불소도포를 한다. 치과위생사는 환자가 이해할 수 있으며, 전문가적인 방법으로 환자와 의사소통을 하며, 환자가 편하게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환자의 불안을 감소시킨다. 또한 치료 내용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환자 교육을 제공한다.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와 직무 수행 방식

미국치과의사협회의 직무 기술서는 치과위생사가 별도로 `치위생 환자(hygiene patient)’의 `치위생 진료(hygiene treatment)'를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치과의사별로 환자 진료 약속을 하듯, 치과위생사의 진료 약속을 따로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기사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는 어느 정도 확대가 이루어졌다. 또한 지난 해부터 급여되기 시작한 실란트에 이어 올해 7월부터는 20세 이상의 성인에게 연 1회 이상 치석제거의 급여가 시행될 예정이다. 치위생 진료 항목에 대하여 미국과 캐나다 수준의 제도적인 보장과 경제적인 접근성의 확보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치과위생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치과병·의원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치과위생사에게 별도의 진료체어를 배정하여 치위생 진료를 하도록 진료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예방 진료 급여 확대로 치과의 문턱이 낮아진 지금이 기회이다.
우리나라에서 치과위생사가 미국과 캐나다 수준의 전문적인 치위생 진료를 하지 못하는 책임을 치과의사에게 돌리고 노력을 포기한다면 심리적인 위안은 될지 모르지만 치위생 전문직의 길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보건의료 전문직의 영역과 위상은 과학적 지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피터 데이비스는 서구 의료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해 의사와 같은 지위를 확보한 유일한 직업으로 치과의사를 꼽는다. 미국의 치과위생사들도 지금의 위상을 확보하기까지 오랫동안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그래서 `Dental hygiene profession 100years, Proud past, Infinite future'라는 멋진 슬로건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역사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제대로 알려 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치위생 진료와 임상 치위생학

치위생 진료를 통해 치과위생사의 전문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치위생 이론과 교육과 면허시험의 변화가 요구된다. 북미의 치위생계는 지난 수십년 동안 차근차근 변화를 시도하고 성과를 쌓아 왔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치위생 진료의 틀과 치위생학의 독자성을 확립하기 위한 이론 개발을 시작하였다. 미국 치과위생사협회는 치위생실무표준을 제정하였고, 미국 치의학교육협회는 신규 치과위생사의 역량기술서를 발표하였다. 미국 치의학교육인준위원회(Commission on Dental Accreditaion)는 치위생 교육의 표준을 제정하여 교육기관의 인준에 적용하고 있다. 모든 대학은 교육과정에 관한 인정기준을 바탕으로 전공전교육과정과 전공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으며 치위생 과정을 기반으로 임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치과위생사 국가시험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진다. 기초 과학은 우리나라의 구강생물학에 해당하며, 지역사회보건은 공중구강보건학에 해당하여 낯설지 않다.

실제 공중보건 영역은 많은 치위생(학)과 교수들과 보건 치과위생사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치과위생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구강생물학 분야에서도 현재 치과대학 기초학 교실의 조교와 연구원의 대다수가 치과위생사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임상 치위생 영역이다. 절대 다수의 치과위생사가 일하는 임상 현장에서 치위생 진료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확립되지 못하면 치위생 전문직의 비전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임상 치위생학과 치위생 교육

미국에서도 치위생 과정 기반의 임상 치위생 이론이 일찍부터 정립된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과서가 개편되고, 국가시험에 반영된 것은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우리나라의 치위생 교육계에서 낯설게 바라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교과서를 쓰는 `관점’의 차이에 있다. 관련 과목인 치면세마는 임상 치위생학 중 'instrumentation'에 해당하고, 예방치과학은 치과대학의 교과목이다. 무엇이 다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엄연히 다르다. `치의학적 관점’과 `치위생학적 관점’의 차이는 임상 치위생학이 출발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경험’의 문제에 있다. 현직 교육자 누구도 치위생 과정 기반의 임상 교육을 받거나, 진료를 해본 경험이 없다. 미국에서도 이 때문에 `간호 과정’ 이론으로부터 다섯 단계의 `과정’을 받아들여 치위생 과정 이론을 개발하였다. 치위생 과정은 임상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위한 임상 과정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화의 요구는 밖으로부터 먼저 왔다. 국가시험에서 사례형 문항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거꾸로 교육과정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후가 바뀌기는 하였으나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증례 중심의 임상 치위생학 통합 교육을 시작할 시기가 도래하였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련 교과서도 발간되었으나, 임상 치위생학 교육과 국가시험의 표준이 되는 교과서의 발간이 필요하다. 이번에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UBC 치과대학 치위생학과 칸지 교수의 워크숍은 임상 치위생학 정립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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