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치과위생사의 생각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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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치과위생사의 생각하는 힘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4.08.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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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과정과 비판적 사고 과정으로서의 치위생 과정

지난 십여년 동안 우리나라 치위생 교육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임상치위생학'이라는 새로운 통합 교과목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임상치위생학은 새롭게 개편된 치과위생사 국가시험에서 학생들의 통합적인 임상진료 역량을 평가하는 주요 과목이 되었다.

한국 치위생 교육 50년을 앞두고 임상 치위생 진료 또는 실무(clinical dental hygiene practice)가 올바른 이름을 찾게 된 것은 지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임상 치위생을 구성하는 핵심 역량과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가르치는 교수, 임상치과위생사, 학생 모두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혼란은 `임상치위생' 영역에 기존의 `치과임상학' 교과목의 내용들을 포함시킴으로써 비롯되었다. 치과위생사의 입장에서 보존,보철,소아치과,구강외과 등은 임상치위생이 아닌 치과진료협조 또는 보조(dental assisting)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치과위생사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진료보조를 임상치위생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치과위생사협회는 여러 가지 공식적인 문건에서 `치위생 과정(dental hygiene process)'을 치위생 교육과 실무의 표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치위생 과정에 의해 치과위생사는 단순한 기능적 처치행위에서 환자 또는 대상자의 자료를 수집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중재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치위생 진료를 수행한다. 이러한 치위생 과정은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최선의 임상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여 근거중심 치위생 실무를 제공하는 임상 과정으로 설명된다.

그동안 임상 과정으로서의 치위생 과정에 대한 소개가 많이 이루어 졌으나, 비판적 사고 과정으로서의 치위생 과정의 특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비판적 사고 교육의 발전

비판적 사고는 1980년대에 미국에서 학생들의 사고력 신장을 위한 교육 과정의 하나로 개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에 일부 철학자와 교육학자들에 의해 비판적 사고의 개념과 교육 방법이 소개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기존의 국어 과목이 비판적 사고와 결합한 학술적 글쓰기로 대체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공학인증제, 공무원적성시험, 법학적성시험 등에도 비판적 사고가 반영되고 있다.

대학 교양 교육이 주로 텍스트를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으로서 비판적 사고를 적용하고 있는 텍스트 중심 교육과정인 반면에 간호학은 간호 실무 상황과 연계하여 비판적 사고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간호 과정은 비판적 사고 모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대부분 `간호과정과 비판적 사고'라는 주제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간호학에서 비판적 사고를 교육하는 이유는 간호사가 `단순한 행위자가 아닌 사고자'로서 임상 현장에서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자주 직면하며, 이 때 비판적 사고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의 개념

비판적 사고의 정의와 개념에 대한 철학적 기원은 소크라테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20세기 초에 Dewey의 교육철학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Dewey는 `일반적 사고'와 `반성적 사고'의 개념을 구분하였다. 반성적 사고는 특정 신념과 지식의 근거와 결론을 주의깊게 검토하는 것이다. 철학, 교육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이 비판적 사고의 개념을 정의하였다. Glaser에 의하면 비판적 사고는 신중하게 대상과 문제를 검토하는 태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대한 지식과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Ennis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초점을 맞춘 반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라고 정의했다.

비판적 사고의 개념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미국철학회가 철학자, 교육학자, 사회과학자, 자연과학자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비판적 사고의 정의와 구성요소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여 발표하였으며, 흔히 델파이 보고서라고 알려져 있다.

비판적 사고는 “해석, 분석, 평가 및 추론을 산출하는 의도적이고, 자기규제적인 판단이며, 동시에 판단에 대한 근거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와 개념적, 방법론적, 표준적, 맥락적 측면들을 제대로 고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산출하는 의도적이고 자기규제적인 판단”이라고 정의되었다. 자기규제는 텍스트나 다른 사람의 진술에 대해 이루어지는 비판적 사고 과정을 자신의 사고 과정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판적 사고는 목적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행위이다. 이를 위해 비판적 사고의 대상인 텍스트를 해석하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추론하고, 설명하는 인지적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 판단의 근거가 되는 증거, 개념, 방법, 준거,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다.

델파이 보고서에는 비판적 사고에 대한 정의에 이어 비판적 사고가(critical thinker)의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정보에 밝고, 신뢰감이 있고, 개방적이며, 융통성이 있고, 공정한 평가를 하고,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며, 반복하여 생각하고, 이슈를 명확하게 하고, 복잡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부단하게 적절한 정보를 수집하고, 합리적으로 기준을 세우고,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인내하는 사람이다.”

비판적 사고는 인지적인 차원의 비판적 사고 기술과 정의적 차원의 비판적 사고성향으로 구분된다. 비판적 사고 교육의 목적은 비판적 사고 기술과 성향을 가진 비판적 사고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 기술

비판적 사고 기술은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목적지향적인 기술을 의미한다. 델파이 보고서에서는 비판적 사고 기술의 범주를 해석, 분석, 평가, 추론, 설명, 자기조절로 구분하고 있다. 해석 범주에는 범주화, 문장 해독, 의미 명료화가 포함된다. 분석 범주에는 아이디어 조사, 논증 발견, 논증 분석이 포함된다. 평가 범주에는 주장 평가, 논증 평가가 포함된다. 추론에는 증거 질문, 대안 생각, 결론이 포함된다. 설명 범주에는 결과 진술, 절차 정당화, 논증 제시가 포함된다. 인지적 영역을 분석, 평가, 추론, 판단, 의사결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비판적 사고 성향

비판적 사고 성향은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개인적 특성, 습관, 태도, 정서, 지적 가치관 등을 뜻한다. 델파이 보고서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비판적 사고 기술과 다른 정서적 성향이나 심리적 습관을 가지고 있다. `성향'은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습관적인 경향성이라고 볼 수 있다. 비판적 사고 성향의 하위요인은 진실 추구, 개방성, 분석, 체계성, 비판적 사고 자신감, 호기심, 성숙 등 일곱 가지로 구분된다. 구성개념으로서 비판적 사고 성향의 하위요인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비판적 사고 과정

비판적 사고 과정은 핵심 행위인 `판단'을 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관련 지식, 비판적사고 성향, 비판적사고 기술 등 세 요소가 작용한다. 비판적 사고 과정은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지식, 태도, 기술을 요구하는 복합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치과위생사가 최선의 임상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를 하고자 하는 태도와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술과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반대로 전공과 관련된 지식이 있어도, 비판적 사고하고자하는 성향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기술이 없다면 최선을 판단을 할 수 없다.

치위생 과정은 치과위생사가 최선의 올바른 임상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 태도와 기술을 증진하고 적용하는 체계적인 틀이라고 볼 수 있다. 치위생 과정은 곧 비판적 사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는 분석, 논증, 변증의 세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분석(이해, 분석력)은 개념과 명제를 이해하고, 텍스트를 분석하며, 통계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이다. 논증(추론력)은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을 하는 능력이다. 변증(종합, 창의력)은 상황추리를 하고, 종합 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판적 사고는 추론 능력, 종합 능력, 대안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추론 능력은 자료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분석적 사고와 어떤 주장과 정당화 근거들을 생각하는 능력이다. 종합 능력은 여러 개의 요소나 부분을 전체로서 하나가 되도록 묶는 능력이다. 대안 능력은 주어진 사태에 대해 발상전환적 접근을 하거나, 시야의 지평을 확대하여 문제에 접근을 하거나, 보다 나은 대안을 창안해 낼 줄 아는 능력이다.

치위생 과정의 진단 단계는 자료를 분석하고, 추론하여, 종합적인 평가를 하고, 대안을 선택하는 비판적 사고 과정의 틀로 조직이 되어 있다.

 

■비판적 사고 모형으로서의 치위생 과정

치위생 과정은 비판적 사고 모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치과위생사협회의 `치위생 진단 : ADHA 백서(2010)'와 `임상 치위생 실무 표준(2008)'은 `치위생 과정'과 `비판적 사고'의 관계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치과위생사는 “치위생 과정이라고 알려진 비판적 사고 모형(critical thinking model)을 일상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 실무 표준은 `치위생 과정이라고 알려진 비판적 사고 모형'에 따른 치위생 실무의 역량 수준을 기술하고 있다. 캐나다의 치위생 표준에서도 치위생 과정은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중재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비판적 사고 과정에 통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치위생 과정은 `임상적 과정(clinical process)'이면서 동시에 `비판적 사고 과정(critical thinking process)'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임상적 과정은 `자료수집·평가(사정, assessment)'와 `수행', `평가' 단계에서 수행하는 자료수집, 검사, 시술을 포함하는 과정이다. 비판적 사고 과정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치위생 진단과 계획수립을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임상 과정이 주로 치과위생사의 손에 의해 제공되는 검사와 시술을 의미하는 반면에 비판적 사고 과정은 치과위생사가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뜻한다.

임상실무 표준, 교육기관인정기준, 역량기술서 등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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