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을 바라보는 소시민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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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을 바라보는 소시민의 입장
  • 이호준(선문대학교 치위생학과)
  • 승인 2013.04.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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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마치 동굴같이 어둡고 조용했다. 창은 나를 거부하듯 울고 있으며 터벅터벅 내 발자국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이 복도를 채우고 있었다. 진주의료원의 운영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은 `정상 진료합니다.!!!'라는 포스터뿐이었다.

내가 방문한 휴업예고 전날(3월29일) 진주의료원은 폐업소식에 손님이 끊겨 적막한 공기만이 병원을 채우고 있었다. 빛이라곤 혹시나 찾아올지 모르는 환자를 위한 응급실과 5층 입원실뿐이었고 약국마저도 문을 닫아 소화제를 찾으러 편의점을 찾아야만했다. 내일이면 이 불빛마저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병원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간호사 한분이 안 올지도 모르는 응급환자를 기다리며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에게 들은 병원이야기는 폐업이유의 변명이 아닌 자신과 환자 그리고 병원에서 같이 일하던 모든 사람들의 고통이었다.

병원이야기를 하는 도중 흐르는 눈물을 가리며 태평한 모습을 보이려 하였지만, 그곳의 빛은 그분만을 밝히고 있었다. 그들의 고통이 담긴 이야기는 어두운 밤 홀로 내리는 눈처럼 내 마음에 쌓여가며 무관심의 고통을 다시 일깨워 주는 듯했다.

아침 해가 뜨고 병원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지하1층에서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아침밥을 짓는 소리가 들렸고 로비에서는 폐업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의료원이 정상 운영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침 햇빛을 받고 피어나는 의료원의 목련처럼 그들에게도 밝은 미래가 있기를 바란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옳고 그름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폐업하자는 사람은 계속해서 폐업하자고 할 것이고 근무자는 폐업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때문에 나와 같은 일반 시민이 진주의료원 폐업의 진실을 알기란 쉽지 않지만 내가 만난 진주의료원은 마지막까지 응급실을 지키고 돈도 되지 않는 환자를 위해 밥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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