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치과위생사 자격 제도, 치과의사 전문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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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치과위생사 자격 제도, 치과의사 전문의의 교훈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4.10.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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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생학 석·박사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면서 겪는 가장 어려운 일은 학생의 논문 지도다. 음대 교수의 개인 레슨처럼 거의 매주 한 번씩 만나 지도하지 않으면 좀처럼 진행이 안 된다. 처음 부딪히는 난관은 연구주제 선정이다. 광역주제로부터 학위논문 연구주제로 좁혀가는 과정에서 이론적 배경과 선행 연구 문헌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다. 이때 효과적인 문헌검색 전략과 기술은 매우 중요한 핵심 역량이 된다.

기본적인 방법은 이렇다. 먼저 `국내/해외'와 `치위생/다른 분야'로 나누어 2×2 표를 만든다. 학생에게 자신의 연구주제와 연구 목적, 대상, 방법 가운데 하나 이상 일치하는 모든 문헌을 검색하라고 가르친다. 이렇게 하면 상악우측면(A)에는 `국내-치위생', 상악좌측면(B)에는 `국내-타 분야', 하악우측면(C)에는 `해외-치위생', 하악좌측면(D)에는 `해외-타 분야'의 문헌이 놓이게 된다. `다른 분야'는 치의학, 간호학, 보건학 등 인접 학문으로부터, 이론적 틀이나 연구 방법과 관련된 심리학, 경영학, 교육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학문 분야를 포함한다.

치과위생사 전문 자격 제도도 마찬가지다. 국내와 다른 나라의 제도를 살펴야 하고, 인접 분야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 치과의사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 제도의 역사와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시작은 우리보다 빨랐으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고,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고, 미래를 고민하고 있기에 배울 것이 많다. 늦게 시작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 풀리지 않는 매듭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는 치과계의 가장 큰 이슈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매년 반복되는 대의원 총회 결의와 여러 차례의 헌법소원과 파동과 시위를 만들고 있다. 치과의사 사회 내부 갈등을 넘어서 보건복지부의 개입으로 문제는 더욱 얽히고, 이제는 국회까지 이 끝없는 싸움에 말려들 기세다.

지난 90년대 말에 법적으로 보장된 전문의 제도를 실시해달라는 헌법 소원에서 시작된 전문의 논의는 2000년에 치과대학 4학년 학생들의 수업거부로 이어졌다. 수업일수 부족으로 인한 전원유급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치협, 건치, 학생 대표 사이에 가까스로 합의가 이루어져 피할 수 있었다.

2001년 치협 대의원 총회는 전문의 제도 시행을 위한 역사적인 결의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존 개원의의 기득권 포기, 소수정예, 의료전달체계라는 3대 원칙이다. 2008년에 첫 전문의가 배출되었으나 시행 초기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1차 의료기관 표방 금지라는 유예 조항을 만들었다. 두 차례 연장으로 더 이상 유예조항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치협은 다시 1차 의료기관 표방금지를 명문화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 개정은 1차 의료기관의 전문과목 표방을 인정하되, 전문과목 표방시 전문과목만 진료해야 한다는 의료법 77조 3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치과계 내부의 갈등은 오히려 더욱 심해졌고, 2012년에 보건복지부는 전면개방안을 추진하였으나 치협 임시대의원 총회의 결의 유보로 추진이 중단된다. 2014년 초에 치협은 다시 1차 의료기관 표방 금지를 골자로 하는 소위 이언주 법안을 들고 나온다. 치협 회장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전문의제도에 대해 올해 치협 대의원 총회는 `소수정예 유지'와 `이언주 법안 추진'을 결의하였다. 2000년 대의원 총회의 소수정예와 1차의료기관 표방금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나머지 한 가지는 경과조치 시행과 제도 시행 이전 수련자에 대한 자격 시험 응시 자격 부여다. 이것은 기존 개원의들이 기득권를 포기하기로 한 2000년 대의원 총회 결의를 위배하기 때문에 대의원들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치과계 내부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전문의 문제는 이제 치과계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쩌면 이미 치과의사 이미지를 또 한번 추락시킬 치킨게임에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조직화된 치과의료의 분화와 분열, 외부 개입

조직화된 치과의료(organized dentistry)는 제도적인 보건의료체계 밖에 있던 치과의료를 한 세기 만에 중심부에 진입시켰다. 서구에서 의사, 의학, 의료에 대응하여 독립적인 치과의사, 치의학, 치과의료라는 별도의 면허, 교육, 제공체계를 갖춘 유일한 보건의료직이 되었다. 조직화된 치과의료의 중심에 미국치과의사협회(ADA)가 있다. 영국의 경우 1950년대에 이르러 치과의사협회가 비로소 외과의사협회로부터 독립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치의학(dentistry) 모델이 아닌 구강과(stomatology)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치의학이 의학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의 경우 평양 종합의학대학에 구강의학부가 소속되어 있으며, 조선의학협회 산하에 구강의학 분야를 담당하는 부위원장이 있다.

의료전문직 단체는 중세의 길드적인 전통을 이어받아 강력한 단결력을 바탕으로 전문직의 목표를 관철시켜왔다. 의료전문직은 면허 제도에 의해 국가로부터 독점적 지위를 부여 받고, 고도의 지식과 윤리를 바탕으로 교육과 면허, 자격 제도를 주관한다. 우리나라의 치의학교육평가원과 미국의 CODA가 그렇다. CODA는 연방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치과대학의 인정평가를 수행한다.

그동안 정부는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에 관한 거의 모든 권한을 치협에 위임하였다. 치협은 수련기관 인정과 평가, 전공의 수 배정, 전문의 자격 시험 등 전문의 제도 시행에 관련된 대부분의 사항을 주관하고 있다.

이전에 보건복지부는 치협과 정책적인 조율을 하거나 부분적인 수정을 하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복지부의 전면개방안은 치과계에 대한 시각 변화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이제 더 이상 치과계의 통일된 의견을 기대할 수 없고, 각 직역과 단체의 이해관계를 직접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25,000명의 치과의사, 16,000곳의 치과의료기관, 11개의 치과대학과 치전원, 29개의 인준 분과학회를 둔 큰 조직이 직역 간, 세대 간, 자격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전문직 조직을 유지시켜온 단결력과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부분이 문제다.

치과계에 분열의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치과의료 체계의 분화가 나타났다. 대한치과병원협회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것이다. 의료계의 경우 병원협회와 함께 대한의학회도 별도 법인이다. 의사 단체들이 이렇게 의협, 병협, 의학회로 분화되면서 의협의 지배력이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2000년 의료계 파업 사태와 이후 반복되는 내부 갈등으로 의사의 대국민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실추되고 있다.

전문직 조직에서 내부 분열의 가장 나쁜 징후는 소송이다. 구성원 사이의 이해상충을 사법제도에 의존하는 것은 갈등 관리 능력의 상실을 뜻한다. 더 나쁜 증상은 특정 직역과 단체가 직접적으로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문직 조직의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자기 부정에 도달하게 된다.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의 교훈

요즘 치과의사가 또 다시 매도되고 있다. 언론에서, 국감에서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전문의 제도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적어도 2000년 치협 대의원 총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는 순간에 치과의사들은 이기적이지 않았다. 거의 모든 의사가 전문의지만,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일차의료기관이 피폐해진 현재 의료계를 보면 더욱 그렇다. 모든 개원의가 `기득권을 포기'하여 경과조치 없이 `소수정예'의 전문의를 배출하여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자는 결의는 보건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 의사 전문의 제도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윈윈 게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가 그렇다. 어느 한편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게임이론은 그렇더라도 치킨게임은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일차선 도로에서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 마주보며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을 때, 어느 한 대가 비켜서면 억울할 수는 있으나 충돌을 피할 수 있다. 서로 양보하지 않고 정면충돌하여 둘 다 파국에 이르는 것이 치킨게임이다.

전문 치과위생사 자격 제도는 기획 단계부터 제도 실현까지 매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를 거치고, 관련 단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쉽지 않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보다 더 어려운 과제이다. 때문에 치위생계의 확실한 내부 의사 결집과 강력한 조직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내부 갈등을 관리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의사결정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치위생계의 미래를 기획하는 싱크탱크와 정책 역량이 요구된다. 협회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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