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BRA, 위험 평가에 따른 치아우식병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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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BRA, 위험 평가에 따른 치아우식병 관리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0.01.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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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es management by risk assessment)

 

노인 틀니가 보험급여되면서 치과의사들이 다시 총의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임플란트의 열풍 속에서 거의 잊혀져 가던 의치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치아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총의치 환자의 입안에서는 그동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마 초등학교 시절 동네 치과에서 어금니 교합면에 작은 아말감 하나를 충전하면서 치과에 다니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1∼2년 쯤 지나 아말감이 떨어져나가 다시 치과에 갔을 것이다. 와동은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더 많은 아말감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그리고 옆 어금니, 위 어금니에 한두 개의 아말감 충전을 하였을 것이다. 가끔은 중간에 인레이를 거치기도 하지만, 근관치료를 하게 되고, 크라운을 씌우게 되고, 마침내 수명을 다하여 뽑히게 되었을 것이다. 그 사이 치료 받은 치아는 계속 늘어나, 임플란트를 하지 않는 한 부분 틀니를 거쳐, 모든 치아가 사라진 텅빈 입안에 아주 인공적인 완전한(?) 틀니가 자리 잡게 된다.

이것이 치아의 생애이고, 운명이다. 와동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고, 수복하고, 근관치료하고, 씌우고, 뽑고, 또 씌우고, 뽑고, 틀니하고, 또 뽑는 치과진료 방식을 우리는 `외과적 모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장인 기술적인 수복 중심의 `외과적 모델'은 20세기의 치의학을 지배하였다.

외과적 모델에 의문을 제기한 연구자, 임상가, 교육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속한 대학과 전문가 단체와 기업이 있었다. 우식학(cariology)이라는 우산 밑에 함께 모인 그들은 한 세기 동안 지배하던 치과진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 운동의 슬로건은 `Surgical Model에서 Medical Model로!'이다. 이 운동의 이름을 CAMBRA(caries management by risk assessment)라고 부른다.

CAMBRA는 2003년에 공식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0년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치과의사협회지 2월호와 3월호는 연이어 `위험평가에 따른 우식관리(caries management by risk assessment)'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4년뒤인 2007년 10월호와 11월에서 다시 특집으로 많은 논문을 실었다. 2011년 10월호와 11월호에도 CAMBRA 특집을 싣고 있다. 이 학술지는 누구나 인터넷으로 검색과 다운이 가능하다.

`Medical Model'이란 무엇인가? `Surgical Model'이 기구를 이용하여 치아를 파고, 갈아내고, 깍는 침습적인 치료였다면, `Medical Model'은 주로 화학적 치료제를 바르고, 양치하고, 씹는 치료방법을 뜻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약물 복용에 주로 의존하는 내과적인 치료 방법과 차이가 있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생태적 모델(ecological model)'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CAMBRA 모델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아우식증이 발생할 위험을 평가하여, 네 가지 위험군 중 하나로 위험 수준을 판정한 후 화학적인 방법으로 구강내의 환경을 바꾸고, 치아의 저항력을 높여 `우식 위험 요인'과 `치아 보호 요인'의 생태학적 균형을 회복하는 치료 방법이기 때문이다.

CAMBRA 치료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식 세균을 감소시키는 `항균 치료'와 치아의 재광화를 촉진하는 `재광화 치료'가 있다.

CAMBRA(caries management by risk assessment) 모델은 환자 개개인에 대해 우식 위험 평가(CRA, caries risk assessment)를 바탕으로 위험 수준(level of risk)에 따라 저위험(low risk), 중위험(moderate risk), 고위험(high risk), 초고위험(extreme risk) 범주로 구분한다. 이후 5세 이하와 6세 이상 연령군별로 체계화된 프로토콜(protocol)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아 우식을 관리한다. CAMBRA 시스템은 CRA 양식과 임상 프로토콜 / 가이드라인으로 구성되며 최신의, 최선의 우식학(cariology) 지식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개정된다. CAMBRA 모델을 적용하는 치과진료기관들은 여건에 맞게 구체적인 지침과 방법을 수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CAMBRA 모델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CAMBRA 모델은 원리와 접근 전략 측면에서 다른 우식 예측 모형이나 우식 평가 시스템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CAMBRA 모델의 원리는 개별 환자 중심(patient-centered), 위험 기반(risk-based), 근거 중심(evidence-based)의 우식 관리이다. CAMBRA 모델의 접근 전략은 보다 실천적이고, 적극적이다. 우선 지난 수 십년 동안 우식학의 세부 분야별로 수행된 성과들의 `퍼즐'을 맞춰 `과학(science)'과 `진료(practice)'와 `기술 및 제품(technology and product)'을 통합한 지식체를 구축하기 위한 거대한 기획이다. CAMBRA의 창시자인 Featherstoene은 우식 관리를 위한 `요리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연구자, 임상가, 교육자들이 함께 모이고, 연구기관, 대학, 치과의사 및 치과위생사 단체, 학술 단체, 기업, 보험회사 등 거의 모든 관련 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CAMBRA 모델의 개발과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치과병의원에서 CAMBRA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 치과의사와 스탭의 팀 진료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치과위생사는 우식 진단을 제외한 임상 검사, 교육, 예방 처치를 모두 담당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CAMBRA 모델을 주목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치과진료의 패러다임이 `Surgical Model'에서 `Medical Model'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수복' 중심의 치과진료는 우식 질병 과정(caries disease process)의 `생태학적 모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우식 와동을 제거하고 수복치료를 해도 구강 생태계의 우식 위험은 그대로 남아 질병의 자연사가 진행된다. 우식 와동은 우식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우식 위험과 진행을 방치하다가 와동이 형성되면 수복하기보다는 생태적 불균형을 미리 회복함으로써 건전 치질을 보존하는 것이 과학적이며, 윤리적인 치과진료가 되는 것이다.

둘째, 개인 대상의 임상적 접근은 개별 환자(individual patient)의 우식 위험을 기반으로 환자 개개인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때 최신의, 최선의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우식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임상예방치과 진료는 집단 대상의 구강보건 사업에서 적용되고 있는 예방법과 교육 방법을 그대로 치과진료실에 적용해왔다. 획일적인 예방 진료가 아닌 개인차를 고려한 환자 중심(patient centered)의, 위험 기반(risk based)의, 근거 중심(evidence based)의 우식 예방과 관리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셋째, CAMBRA 모델은 치위생 과정 기반의 임상 치위생 교육 및 실무와 통합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 치위생 표준으로써 치위생 과정은 개별 환자의 필요를 파악하여 적절한 중재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틀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동안 치위생 과정 이론은 `Assessment' 단계에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하여 우식 위험도를 판단하는 체계적인 기준과 구체적인 중재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CAMBRA 모델은 치위생 과정과 실제 진료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을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치과위생사는 CAMBRA 임상진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미국에서는 구강병 예방과 관리에 관한 많은 술식이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 안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치아우식증 진단을 제외한 검사, 예방처치, 교육이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 안에 있다.

미국치과의사협회로부터 2010년에 `올해의 개원' 상을 받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는 3M과 GC의 온라인 webinar에서 CAMBRA 프로그램에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역할 분담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보통 한 환자당 40∼50분이 소요되는데 전 과정을 치과위생사가 담당하고 있다.

치과의사는 임상적 의사결정을 위한 진단과 평가 과정에 개입하게 된다. 현재 미국의 치과 개원에서 치과위생사는 진료보조 보다는 치과의사와 같이 치과병의원의 `income generation / producer'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치과위생사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CAMBRA 진료에서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진료분담을 통해 치과병의원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개별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게 됨으로써 진료의 질과 환자만족도가 향상될 수 있다. 치과의사의 역할은 혼자 모든 핵심 진료 과정을 전담하는 `장인 모델'에서 치과팀의 리더로서 진료 과정을 이끄는 `경영 모델'로 전환할 수 있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시너지 효과에 의해 CAMBRA 프로그램의 성패가 좌우된다.

미국치과위생사협회는 치위생교육기관 인정기준에 CAMBRA 같은 우식위험평가 교육 여부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상태이다. 또한 매년 보수교육의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가장 권위 있는 치위생 교과서인 Wilkins 텍스트와 Darby 텍스트 최신 개정판에 CAMBRA를 포함시키고 있다. 특히 Darby 텍스트에는 CAMBRA의 창시자인 Fatherstone이 직접 한 챕터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도가 CAMBRA의 원년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소아치과학회 학술대회의 연자로 페더스톤 교수가 초정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가을에는 대한구강보건학 종합학술대회에서 CAMBRA의 `사도 바울'인 Young 교수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치위생 100년'의 깃발이 올라가는 2013년 1월에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주최로 CAMBRA 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이다.

 

※ 이 글 가운데 일부는 치위생과학회지 2012년 12월(12권6호) 실릴 예정인 필자의 종설 ‘CAMBRA 모델에 의한 임상 예방치과 및 치위생 진료’ 중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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