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돌아보면 아마 다닥다닥 붙어있는 치과 건물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주 지역은 대략 1년 전 만해도 70여 치과 중에 아이들을 위한 치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울고, 치료를 잘 받지 못하거나 너무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원주에 처음으로 어린이들만의 치료 공간이 생겼고, 이로 인해 다른 곳에서는 치료를 잘 받지 못했더라도 주니어 치과에서는 어떤 아이라도 치료가 가능해 졌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항상 진료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의 협조는 제한적이며, 예측 불가능하고, 처음 치과를 접하거나 겁이 많고, 치료를 잘 받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등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방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소아치과에 대한 매력이나, 일에 대한 자부심은 크지만,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서 대하고, 치과는 결코 무섭지 않고, 고마운 곳이란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 할 몫이 크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리고 저희 치과가 지금은 원주에 유일하여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구강관리는 이곳이 아니면 안 된다고 믿고, 방문할 수 있는 치과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저희 임상사례가 소아환자를 대응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치과는 무섭지 않아요.
치과에 대해 아이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은 과거의 치료를 통해 얻은 나쁜 경험이 지속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치료를 받기도 전에 느끼는 공포는 주위 사람들의 영향도 책임이 있을 것 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치과 가서 주사 놓으라고 한다' `이를 뺀다'라는 식의 위협의 수단으로 사용해서 치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은연중에 주입 시킵니다. 또는 극단적인 부모님의 태도 이외에도 치과 치료에 대한 부모님 자신의 불안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치과는 무서운 곳이 아니고, 치과에 오기 전에 치과 놀이를 하기도하고, 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통해 아이에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경고 없이 익숙하지 않은 치료를 받는 아이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공포와 불안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2. 우리 놀이해요.
1) 분위기 익히기 : 처음 초진 환자가 오면 검진에 앞서 첫인상을 친근감 있게 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몇 살이에요? 누가 머리를 이렇게 예쁘게 해주셨어요․ TV에서 무슨 만화가 나오나 이모랑 같이 볼까요? 등 긴장을 풀 수 있는 대화로 시작합니다.
2) Tell－show－do : 이 방법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통해 시범을 보이며 대부분의 치과에서 행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선 검진 시 거울을 아이의 입안에 바로 넣기 전에 거울을 아이의 눈을 비추거나, 엄마의 이를 비추는 식으로 위험한 기구가 아님을 알려주고, 에어를 불 때도 손등이나 목에 바람을 불어주어 간지럽고, 시원한 바람으로 설명하여 안심시키고 검진합니다.
3) 치료계획 세우기 : 치료는 응급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음 약속으로 미루고, 치료는 되도록 쉽고, 안 아픈 치료부터 계획합니다. 처음 치과를 방문해서 아픈 치료부터 한다면 아이는 치과는 아프고, 무서운 곳이라 인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바쁘시거나 치료기간을 단축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많은 치료를 요구하신다면, 아이를 위해 최소한의 치료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4) TBI & 치과 위생사 전임제 관리 : 무조건 아이에게 이를 잘 닦으라고 말만 하기보다는 칫솔질 방법을 직접 교육시키고, 전반적인 치료 및 치료 종료 후 3개월 리콜 관리까지 지속적으로 담당 치과 위생사가 맡아 책임을 집니다. 치과 위생사 전임제는 내가 맡고 있는 환자에 대해 책임을 지고,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부모님과 아이와의 신뢰감이나 대인관계에 있어 더욱 친밀해 질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3. 엄마, 아빠랑 같이 치료해요.
진료실에서 보호자가 동참하여 치료하는 것에 대해 아이의 행동은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치과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호자가 동참하여 진료가 이루어집니다. 간혹 보호자의 간섭이나 과잉보호는 부작용이 되지만, 진료를 하면서 치료의 진행 과정이나 주의사항을 설명드릴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호자를 진료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을 때, 부모님들은 울음소리가 들리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 아이가 치료는 잘 받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간혹 치료를 받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치과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비협조적인 아이들은 물리적인 힘이 적용되는데 저희 치과에서는 Pediwrap 사용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보호자가 다리를 잡아주고, 같이 땀을 흘리고, 치료에 동참하는 과정을 통해서 의료진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4. 제2의 언어를 사용해요.
의사소통을 할 때 아이의 수준에 맞게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아마 치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용어는 대부분 비슷하게 사용되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대용어의 사용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긴장을 풀고, 즐겁게 놀이를 하면서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5. 아이와 친해져요.
1) 칭찬하기 : 저희 치과에서는 치료를 잘 받든 그렇지 않든 잘한다! 멋지다! 100점이다!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아마 치료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10번 이상 칭찬을 받을 것입니다. 칭찬은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고, 가장 쉬운 방법 일 것입니다.
2) 벌레 쏭 불러주기 : 저희 선생님은 잘 알려진 동요에 가사를 바꿔 치료를 하시면서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이 노래는 아이들이 진료실이나 집에서 따라 부르는 유행가가 되었습니다.
3) 선물주기 : 치료 후 선물은 임상에서 많이 행하여지는데 저희 치과에서는 풍선과 스티커를 선물로 주고 있습니다. 상으로 주는 선물은 아이를 위협하거나 뇌물을 주어 순응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호의와 친근감의 작은 징표여야 합니다.
4) 존댓말 쓰기 :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어른이 조심해야 할 점은 아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반말로 하는 것 보다 존댓말을 써주고, 아이의 입장을 존중해 주어야합니다.
5) 스킨쉽하기 : 아이를 진료실로 부를 때 이름만 부르고 안에서 기다리기보다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진료실로 안내하면서 짧지만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잘했다고 머리나 얼굴을 만져 주거나, 뽀뽀를 해주거나 받는 식으로 아이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쌓아갑니다.
저는 이번 사례를 쓰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했었는지에 대해 스스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반성해야 할 점은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못 받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버려야하고, 성급한 치료가 우선이 되기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진료 환경을 만들어 줄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가 아프기 전에 예방주사를 미리 맞는 것처럼 아이의 구강건강을 위해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는 부모님의 관심이 우리 아이의 구강건강을 책임지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