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부락 치과의료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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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부락 치과의료 봉사
  • 김은정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기자)
  • 승인 2006.12.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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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혜택 사각지대, 농어촌 현실 마음 아파

 

7일간의 외국여행에 앞서 다녀오라는 아버지의 말씀 때문에 치과의사이신 아버지 친구 분을 따라 나선 나는, 전남 문내면의 작은 마을로 자연부락 치과의료 봉사를 떠날 때만해도 솔직히 썩 내키는 마음이 아니었다.

인구라야 고작 50명 내외로 그나마 마을을 지키고 있는 대부분이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인 그 마을로 들어서자 주위에 많은 채소밭이 자리 잡고 있었고, 집 옆에는 군데군데 돼지, 닭, 오리, 토끼들을 기르는 축사가 가로질러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이곳, 저곳 다니면서 가축을 돌보며 사료를 주시는 모습은 그 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었지만, 곳곳에 그물이 널려있는 모습이 내게는 매우 색다른 풍경으로 느껴졌다. 아버지 친구 분들이 주로 의료인이나 기업인들이셔서 각각 자금, 약품지원, 진료 등 서로의 역할을 나누어 봉사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고, 다달이 기금을 모아 해마다 한 명씩 늘려가며 농어촌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을 해 오셔서 어느덧 22명의 장학생들을 지원하게 되셨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마지못해 봉사현장에 따라 나선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또 거기서 농어촌에 사시는 분들이 끔찍한 치과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과 치료를 거의 받지 않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인 문명 속의 그늘을 접하게 되면서,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던 내가 그들에게 이방인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15,000달러라는 국민소득 수준에 아직도 기초 의료 혜택조차 돈이 아쉬워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 귀중한 건강을 해치는 열악한 환경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 일정 이후에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주민들이 과연 치료를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불안감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이곳에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한 농어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질병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으며, 아예 보건소에도 갈수 없거나 가지 않는 이 주민들을 정부나 사회복지 차원에서 더 이상 구제하기도 힘든 상황이 아닌가 하는 암담한 생각이 들어, 시골 보건소나 면사무소의 복지과 등이 활성화되고 정부의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서 의료혜택의 사각지대가 빨리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마을을 떠나오면서 제 때 치료 받지 못해 발치를 하게 된 어르신들, 오래도록 통증으로 고통 받은 얘기를 하시며 진료를 받고 고마워하시던 분들, 그리고 참외와 호박을 한 광주리나 따다가 차에 넣어 주시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시던 할머니의 순수한 모습이 마치 우리 할머니 같아서 못내 눈물이 나왔다.

사람은 좋은 추억도 슬픈 기억도 금세 잊는다고 한다.

나도 그 때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현실로 돌아와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어느새 그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음을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망각은 기억의 일부를 지우면서 살라는 신의 선물이라고 하지만, 당시 가슴을 저미던 그들의 모습마저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마지못해 떠난 봉사활동이었지만 7일 동안의 의료봉사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과 앞으로 늘 마음에 새기고 살아갈 교훈을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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