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체해부연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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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체해부연수를 다녀와서
  • 임세희(서울보건대학 치위생과 1학년)
  • 승인 2006.08.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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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도전정신으로 끝까지 해내

첫 해외여행이 사체해부라니….

무드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남들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을 삼고 시작한 여행이었다.

의대생도 아니면서 무슨 해부냐고 하시면서도 적지 않은 여행비를 선뜻 내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짐을 싸들고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긴장을 한 탓인 지 모이는 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일찍 도착했다. 일주일 동안 동고동락할 연수팀은 모두 16명, 서로 낯설어 서먹서먹한 가운데 우리는 중국 청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나라에서 1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중국 청도는 수천 개의 한국기업과 수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는 중국 3대 항구도시 중 하나이다. 세계1차 대전 때 독일의 식민지를 지내서 인지 가는 곳곳마다 예쁜 서양식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첫날은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몸과 마음도 모두 지쳐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뒤척이면서, 눕자마자 잠든 룸메이트 하진이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6시, 본격적인 해부 실습을 위해 청도대학으로 향했다.

해부 기간 3일중 2일은 두부(頭部)해부를 하고, 나머지 하루는 몸 전체를 해부하는 일정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사체와 대면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겁먹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관처럼 보이는 책상이 배치된 방으로 안내되었고, 저 뚜껑을 열면 사체가 나올 거란 생각에 책상 가까이 앉지도 못한 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중국교수님의 이론적 설명이 끝나자 드디어 사체가 올라왔다. 처음에는 다들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포르말린과 물로 검고 퉁퉁 부어 있는 기이한 얼굴의 여자 시체를 보고 무서웠지만 곧 우리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해준 아무개양에게 감사와 안타까움의 묵념을 보냈다.

이어 중국 해부학교수님과 학생들에게 사체의 얼굴 피부를 구획으로 나누어 벗겨내 근육과 신경을 관찰하는 임무가 주어졌고, 얼굴을 좌우대칭으로 나누어 한쪽은 교수님이 나머지 한쪽은 학생들이 직접 해부하기로 하였다.

처음의 두려움은 어디로 갔는지 용기 있는 9명의 여학생들은 외과용 메스를 한손에 잡고 진지하게 피부를 벗겨나갔다. 너무 열중하다가 피부와 함께 얼굴의 소근을 모두 벗겨내 교수님을 당혹케 한 일을 제외하고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땀을 비 오듯 흘리시며 해부를 도와주시고 신경을 하나 둘 찾을 때마나 열강을 해주신 중국인 교수님이 너무 감사했다.

이틀 동안의 두부해부를 통해 뇌까지 관찰하면서 `게으름 부리지 말고 해부학 책 좀 보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들긴 했지만, 이번 연수가 공부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 날은 몸 전체를 열어보았다. 갈비뼈를 열고나니 폐와 그 아래쪽에 심장이 보이면서 책에서 막연히 보던 그림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심장의 삼첨판과 이첨판을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의 손가락 12개를 합한 만큼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는 십이지장과 그 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자궁의 위치도 처음으로 확인하였는데 그 작은 주머니가 아기를 품고 있을 때는 12배로 늘어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아기의 태반이 자궁 외에서도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남자도 임신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해부가 진행되었다.

마침내 3일간의 연수가 끝나고 저녁에 그동안 수고해 주신 중국 해부학교수님들과 통역사분들과 함께 쫑파티를 가졌다. 다들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 이어서인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어 해부를 무사히 마쳤다는 증명인 수료증 수여식이 진행되고 수료증을 받아 드니 3일간의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말끔히 가시는 것 같았다. 모두 서로를 격려하고 자신을 축하하며 건배를 외쳤다.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뿌듯한 밤이었다. 그날 밤은 나흘 만에 모처럼 꿈도 꾸지 않고 푹 잠들 수 있었다.

남은 일정동안은 가벼운 쇼핑과 명승지 관광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극과 극처럼 상반된 느낌의 도시와 시골의 모습이 매우 이색적이었다.

평양관이란 작은 음식점에서 노래를 부르고 서빙 하던 북한아가씨들을 보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자본주의사회로 전환하면서 일거리 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자들을 바라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은 사람들의 질서의식이나 인간성이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는 중국사회가 역시 외국이라는 생소한 느낌을 상기시켰다.

중국에서 보낸 일주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도 마음도 성큼 자란 느낌이다.

또한 이번 사체해부연수를 통해 `어떤 일이든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고, 끝까지 해내자' 라는 좌우명을 갖게 되었고 결과가 어떻든 간에 무엇이든지 도전하는 도전정신을 배우게 되었다.

이번 연수는 내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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