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의 권익을 위해 끝까지 진실을 밝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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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의 권익을 위해 끝까지 진실을 밝힐 터
  • 치위협보
  • 승인 2004.12.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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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밀알로

 

대한치과위생사협회 회장 문 경 숙

회원 여러분,

다사다난했던 2004년이 이제 저물어 갑니다.

사회 각 분야 곳곳에서 1년 동안 참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다른 어느 해보다 힘겨웠던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여러분의 관심이 높았던 사건에 대해 보고를 드립니다.

지난 2003년 말경, 우리 치과계에는 불행한 성폭력 사건이 있었습니다.

개원가의 직장과 단국대 구강보건학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성실한 삶 속에 미래의 꿈을 키우던 두 명의 치과위생사가, 치과의사이자 해당 대학 교수인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하였습니다.

당시, 본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충격 속에 사건의 구조적 심각성과 이후 파급효과를 고려해, 피해자를 지지하고, 치과계 및 해당 대학에 반성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성폭력 사건은 법원에서 가해자에게 징역3년, 집행유예 4년의 확정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사건이 치과계에 알려지고 공론화된 이후, 그동안 비공개적으로만 논의되던 치과계의 성폭력 실태에 대한 여러 피해자들의 공개 증언이 이어지고 광범위한 공분과 함께 남녀차별, 직능차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대한치과의사협회와 해당 대학 모두, 사건의 구조적 심각성을 외면한 채, 치과계의 성폭력 피해 증언 등에 대해 지금까지 그 어떠한 성의 있는 조사나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사건을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하며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게다가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발표한 치위협 성명서의 일부 문구와 학생들과의 간담회를 문제 삼아, 해당 대학의 치과대학장이 대한치과위생사협회와 협회장인 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였습니다.

고소인은 성폭력 사건의 발단이 된 술자리에 함께 했던 분으로서, 성폭력 사건 해당 대학의 학장이며 가해자의 스승이요, 피해자의 지도교수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학회를 비롯해 치과대학, 치과계 및 해당 학과에서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따라서 고소인과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치위협은 해당 학과의 학생들 및 여타 치과인들의 법적 진술을 얻기가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진실을 말한다는 것과 공개적으로 법적인 진술을 한다는 것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치위협을 위해 참고인 진술서를 써준 몇몇 진술자들은, 크고 작은 주위의 압박 속에 학회에서 강연자 섭외의 방해를 받거나 학회 참석 중 모욕적인 봉변을 당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실이 이러하건대, 해당학과에서 고소인을 지도교수로 모시고 논문통과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치위협을 위해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으리라 이해합니다. 한때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기에, 더더욱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이처럼 치위협은 피해자를 지지. 보호하고, 오로지 치과계의 성폭력 문화를 추방하고야 말겠다는 사명감만을 의지한 채, 이만 오천여 치과위생사를 대표해 형사고소건, 민사소송 등에서 외롭게 싸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회원들의 심정적 지지 속에서 기운을 얻습니다.

그러나 결국,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위의 권유로 학교에 복학하여 미래의 꿈이라는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피해자들이, 고소인의 지도교수 교체 종용과 수업 중 가해지는 무언의 압력 등으로 더 이상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몰려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진 사회의 이중 폭력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더더욱 따뜻하게 감싸 안고 보호해야 할 해당 대학에서, 오히려 따가운 시선과 암암리의 불이익 처사에 못 견뎌 피해자들이 결국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때, 저는 가장 분노하고 절망했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시는 우리 회원들이 이런 식으로 부당한 이중 고통을 겪게 하지 않게 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이중 고통은 이것으로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들에 대한 잘못된 루머가 치과계에 공공연하게 떠돌았으며, 최근에는 성폭력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다녀온 해외 진료봉사활동에 대해서까지, '합의금으로 해외나 들락거리는 사람'인양 왜곡되어 알려지는 등 피해자는 여전히 심각한 명예훼손의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의 지도교수였고 저를 고소한 분은, 피해자의 진술서 내용을 공개하는가 하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학업을 포기한 것으로도 모자라 피해자는 2중 3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듯 부당하게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결국 피해자는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되었고, 치위협은 피해자 보호. 지지라는 동일한 원칙에 따라 피해자의 소송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고소인 측에서 본 협회가 제출한 대정부부처 진정서를 문제 삼아 나와 피해자 K씨를 상대로 무고를 주장하며 또 다른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지금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이 같은 고통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 아닙니다. 한사람의 치과위생사가 겪는 구조적 차별은 모든 치과위생사가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치위협은 모든 회원의 정당하고 소박한 권리보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모든 진실이 법적인 판단으로 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언제쯤 정확한 사건의 진실과 법적 결과 모두를 회원 여러분께 소상히 알려드릴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결코 후회하지 않으며, 결코 포기하지 않겠으며, 2만5천명 치과위생사의 권익을 위해서, 대표자로서 정의를 분명히 밝혀낼 것입니다."

피해자를 믿고, 피해자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록 경찰과 검찰에서 난생처음 피의자 신분이 되어 조사를 받고 있지만, 왜곡된 정보 속에 여러 오해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알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증거와 사건을 지금 완전히 공개할 수는 없으며, 그 때문에 설령 실체의 진실과 법적 진실 사이의 괴리로 그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저 하나가 밀알이 되어 치위협이, 이만 오천여 치과 위생사가 정당한 권리에 눈뜨고,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제 한 몸, 미래로 가는 다리가 되었음을 기쁘게 여기겠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진실이 승리할 것을 믿기에, 이 일은 한 두 명의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전체 치과위생사의 위상에 관한 일이기에, 우리까지 포기하면, 이후 그 누구라도 성폭력을 당하면 숨기고만 살아야 할지도 모르기에,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작은 진실 하나라도 밝히고, 우리 치과위생사들의 작은 권리 하나라도 당당히 쟁취한다면, 만신창이가 된 지금의 심정쯤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국대의 충격적인 성폭력 사건 이전에도 치위협에서는 너무나 많은 성폭력 사례를 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모두 공론화하기에는 피해자, 치과계, 치위협의 모든 상황들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치위협과 회원들의 미약한 힘 앞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으나, 언제까지나 침묵하고 있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 치위협은 회원 모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행동에 나섰으며, 이것은 개인의 안위를 위한 일도 아니요, 특정인을 모함하기 위한 일도 아니기에 세상에 정의가 살아 있는 한 회원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리는 일은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동안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치과위생사의 사회적 지위는 아직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우리의 힘은 미약합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쯤 끊을 수 있을지도 요원합니다.

또한 아직도 이 나라의 신문고는 결코 약자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통감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협회를 믿고, 마음으로라도 지지하며 힘을 보태준다면, 우리의 미래는 현재와 같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회원 여러분,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여러분의 모든 꿈이 이루어지기를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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