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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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랑 법
  • 유성원 전도사(정읍/중광교회)
  • 승인 2004.10.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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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달 샘

 

모르는 일과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기보다 이미 알고 있고 친근하게 여기는 일과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1

사랑은 동어반복입니다. 허욕을 위장하거나 과욕으로 넘쳐흐르지만 않는다면 동어반복으로 수 놓여지는 사랑의 균형과 조화를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더함도 덜함도 없이 사랑하는 방법은, 사랑한다면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말이 가진 진실은 과장과 허위를 훌쩍 넘어섭니다.

2

이해란 완결에 가깝지 않고 시작에 가깝습니다. 사랑이 그렇습니다. 애태우는 가슴앓이가 없다면 그것은 사랑의 종말일 것입니다. 가령, 몸이 아픈 바로 그 때가 치유의 시점임을 기억할 일입니다. 성서는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고전 13장)를 사랑함의 우선에 놓고 있습니다. 이는 계시적인 우연의 말이 아닐 것입니다. 시작과 완결 사이의 과정에서 사랑은 늘 거리두기를 하면서 사랑을 확인시켜 줍니다. 결론 없는 전제에만 매달리고, 전제 없는 결론에만 귀속될 때 우리는 사랑을 잃습니다.

 

3

사랑은 대상을 안다고 여길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교감하고 있다고 여길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지극정성으로 하여 얻어지는 것도 아니라, 그냥, 그저 그냥 그렇다고 자신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문득 깨닫는 종류의 형이상학입니다. 이미 있은 것에 대한 발견에 가까운, 자신 안에 주어진 것에 대한 발견인데, "주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곰곰 헤아릴 여력이 없다면 가만히 놓아둘 일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발견한다면 그야말로 사랑에 대한 가시적 인식이 바로 되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나무는 큰 나무도 있고, 작은 나무도 있고, 가장귀가 복잡한 나무도 있고, 단순한 나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 가장귀도 보태거나 꺾어 낼 수 없도록 그 나름대로 완성되어 있음에 새삼 놀라게 되는 것도 겨울나무일 때입니다."(박완서, 보시니 참 좋았다, p.122)

 

4

누가 보아도 저걸 꼭 저렇게 해야 하나, 조금은 우둔한 것 아닌가, 그냥 흘릴 일 아닌가, 그리 여겨지는 일을 주위 시선에 걸리지 않고,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소중히 행했으면 합니다. 사람은 시선이 사라질 때 하던 일을 주춤하게 되고, 시선이 집중하면 하던 일의 동선이 부산스레 커집니다.

누가 보아도 저걸 꼭 저렇게 해야 하나, 조금은 우둔한 것 아닌가, 그냥 흘릴 일 아닌가, 그리 여겨지는 일을 주위 시선에 걸리지 않고,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소중히 행하는 이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나서지 않고, 외면하지 않으며, 말 없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

사랑은 단순합니다. 지극히 단순한 사랑에 대한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어려움은 사랑 자체의 본성 탓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 많은 전제들로 말미암아 사랑을 직접 바라보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합니다.

 

6

꾸미지 않고 덧칠하지 않고 모나지 않으며 그저 자연스럽게 사랑한다면 이미 사랑에 따스하게 감싸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를 사랑하는 일과 자연과 사람의 사랑을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감사의 마음입니다, 사랑하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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