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들 이
상태바
나 들 이
  • 유성원 전도사(정읍/중광교회)
  • 승인 2004.09.25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옹 달 샘

 

"직업적인 일에 치이는 때가 참 많습니다. 매일이 그렇습니다. 어쩝니까? 산 입에 거미줄치지 않으려면 찌든 하루를 그렇게 또 열어야지요.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사니까요. 정말 일주일이 피곤합니다. 괜히 쉬는 날 수를 연장하려고 다투는 것이 아닙니다.

쉰다고 하여서 제대로 쉬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퇴근길이나 달력의 빨간 날이면 스트레스를 풀어보려고 계획했던 일들이 되레 생활을 뭉개버리는 경우도 잦습니다. 사람관계도 그래요. 신세한탄 함께 하다가도 등 돌리는 인간들은 왜 또 그리 많습니까? 소음에 공해는 어떻구요? 내야 할 세금 목록과 지난 달 영수증만 늘어놓아도 한숨이 날 지경에 걱정할 문제는 언제나 태산입니다.

턱턱 숨 막히는 일상에서 잠시 여유가 생겨도 호사부릴 여유는 없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죠. 그래요.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죠. 누군들 푸념 밖에서 자유하고 있겠습니까? 다들 찌드는 거죠. 늦은 밤 텔레비전 뉴스에 골치아파하면서 얼굴 찡그리고, 잠자리에 들어도 다음 날 살아갈 궁리에 머리 복잡해지고. 그야말로 동정 없는 사회에 메말라가는 영혼들의 천국입니다. 출퇴근길이면 지옥으로 형상화된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정말 지옥이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마음 한 번 돌이키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구요? 그런 마음가짐 가능했다면 인간의 역사는 오색찬란한 씨줄과 날줄로 벌써 엮여있겠지요. 그래서 때론 무슨 업보 같은 일상을 당장에 걷어치울 마음도 생기곤 합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당신도 위의 말에 공감하시나요? 맞장구 치실만 한지요? 그렇다면 내일도 곤고한 일상에 접어들 당신께 제안 하나 합니다. 굴레처럼 시작되는 일상을 나들이로 여겨보라구요. 독서나 음악감상이나 운동 등 취미 삼아 하는 일과 잠시 미소 짓게 하는 순간의 일을 삶의 본질적인 것으로 여겨보라구요. 기쁨과 행복은 의외의 곳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터무니없이 붙여진 다양한 이름들과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들로 정신의 갈피를 잃지 마십시오. 조각가를 기다리는 것은 대리석 같은 질료뿐이고 시인을 기다리는 것은 종이와 연필 뿐입니다만 질료는 작품을 낳고 종이와 연필은 시를 낳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일상은 무엇을 낳게 될까요? 새로운 인간은 소생하는 법입니다(릴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