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안 하면 불가능이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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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안 하면 불가능이란 없어요”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6.02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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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호주 13년간 치과위생사로 걸어온 길
장 금 선 치과위생사 호주 Symmetry Dental Clinic

올해 44세인 장금선씨는 2003년 뉴질랜드 Otago 치과대학 치위생학과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13년째 치과위생사로서 행보를 걷고 있다.

앞서 국내에서 7년간 치과의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장씨는 외국 유학을 꿈꾸던 남편을 따라 외국 치과위생사에 도전하게 됐다.

“남편이 행정학 석사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유학에 대한 열망이 컸어요. 그러면서 외국 치과위생사를 제안하더군요. 치과에서 일하면서 항상 치과위생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죠.”

장씨는 유학을 떠나기에 앞서 2년간 유학박람회를 찾는 등 구체적인 유학 계획을 세우는데 몰입했다. 물가나 교육 등 나라별 실정을 파악하고 비교한 다음 뉴질랜드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유학 준비의 기본인 영어는 전혀 접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했다. 장씨는 현지인들과 매일 매일 대화하기 위해 플래팅(Flatting)이라는 공동생활을 시작했고, 영어학원을 다녔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일을 해보라는 현지인의 말을 듣고 여러 치과에 이력서를 넣었다. 운 좋게도 한 곳에서 연락을 받고 치과조무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대화하며 손발을 맞춰야하는 상황에서 영어공부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

당시 뉴질랜드 영주권자가 아니면 현지 치과대학 입학은 불가했다. 하지만 장씨는 아르바이트를 한 치과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영주권을 취득했다.

“치과 매니저가 이민성에 전화해서 ‘우리 치과에 꼭 필요한 사람이니 영주권이든, 워킹비자든 빨리 달라’고 재촉했어요. 기적적으로 일주일 만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죠.”

그렇게 장씨는 2002년 2월 뉴질랜드 오클랜드 치과대학 치위생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의 기쁨도 잠시, 방대한 과목과 영어 어휘가 그의 발목을 붙들었다.

“교과서 한 페이지를 이해하는데 며칠씩 걸렸어요. 현지인조차 치위생학과 교과서를 보고선 다른 언어 같다고 표현할 정도였는데, 저는 오죽했겠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한번 손을 댄 페이지는 그날 다 이해해야 직성이 풀렸다. 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빠져 살았다. 결국 그는 평균 이상의 B+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시련이 크면 보상도 큰 법이라고, 이후 2학기부터 시작된 모든 실습 강의에서 과탑을 했다.

그렇게 2년 과정의 교육을 마친 장씨는 졸업예정자 중 15% 불합격이 확정된 최종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치과위생사의 꿈을 이뤘다.

이후 앞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치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본격적으로 치과위생사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쁨을 채 누릴 새도 없이 텃새와 차별을 겪어야 했다.

“치과위생사들 간 경쟁이 심했어요. 동양인이라고 우습게 보는 경향도 있었죠. 제가 사용하는 기구를 숨기고는 제가 훔쳐갔다고 누명을 씌운 적도 있었어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영어를 제법 할 때였는데도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하지만 장씨는 자신만의 활발한 소통 능력을 발휘해 직원과 환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치과위생사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8년이 지나 처음 유학길에 오를 때 남편과 약속했던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재 장씨는 호주 캔버라에 있는 Symmetry Dental Clinic에서 풀타임(정규직) 근무를 하고 있다. 연봉은 10만불을 웃돈다. 평일 매일 9~15명의 예약 환자를 보는데,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외국인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부당한 대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봐요. 한국인의 따뜻한 인정과 현지인들의 개인성을 모두 활용하고 있어요.”

장씨는 환자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치과 방문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로 여긴다. 이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치과를 찾는 사람 대다수가 그의 진료를 받길 원한다고.

장씨의 다음 목표는 미용건강 클리닉을 개설하는 것이다. 치과위생사이자 미용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이를 위해 현재 Dermal Therapist 공부를 하고 있다. 앞서 그랬듯 10년에 한 번꼴로 새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목표는 다른 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됩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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