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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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봐!
  • 유성원 전도사(정읍/중광교회)
  • 승인 2004.04.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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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심심한 커피를 마시면서 밤하늘을 쳐다봅니다. 입 안 가득한 흑갈색 커피향에서 밤하늘을 흡수하는 듯한 기분도 느낍니다. 이런저런 상념 끝머리에서 문득 오랜 개그 프로그램을 떠올렸습니다. ‘별들에게 물어봐!’

콧수염의 주인공 찰리 채플린에서 우리네 삶에 친숙한 영구 심형래를 거쳐 개그콘서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잘 알다시피 우여곡절 피눈물 배이지 않은 개그란 속빈 강정이지요. “삶이란 코미디야!” 흔히 우리가 뱉는 그 말의 역설을 아는 사람이라면 회한 섞인 개그의 속내를 쉽게 알아챌 수도 있겠구요. 개그맨이란 말뜻에서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어요. 개그의 한자말은 익살이지요. 웃음을 흩뿌리는 사람이란 뜻이겠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맨의 익살 배면에는 삶의 비애가 감추어져 있지요. 요컨대 비애 없는 개그란 진정성을 결여한 것이겠습니다.

개그의 비애를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개그에 빗대어 삶의 비애를 말하려는 거지요. 걸죽한 삶의 비애를, 덤덤을 넘어서 가볍게 건네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족만 길었네요. 말하려는 것은 한마디로 이런 거예요. 별들에게 물어봐, 라는 말을 개그로 여기고 웃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보라는 거지요. 그리한다면 사는 일에서 겪는 우여곡절과 핍진한 우리네 삶의 모순율을 가볍게 건너뛸 여유 공간을 마련하는 셈입니다.

‘삶은 개그’라는 말의 진정성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어요. 밤처럼 먹먹한 생활공간이지만, 사위가 조용하고 어두운 바로 그 때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보는 거예요. 천천히 두 팔을 들고 밤하늘과 손바닥을 마주하면서 숱한 별들에게 눈 맞춤 해보세요. 그리고 서있는 그 자리에서 시나브로 돌아보는 겁니다. 천체의 운행을 한 몸에 느낄 수 있지요. 바야흐로 웰빙 시대에 돈 들이지 않고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이런 것이지요.

사는 일에 힘들고 지치고 따분하고 외롭고 시쳇말로 골 때리는 일들의 연속으로 여겨지신다면, 정말 그렇다면, 삶이 왜 그런지를 물어보세요. 별들에게! 섬세한 영혼에겐 모든 것이 행복의 재료랍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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