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의료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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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의료선교"
  • 이화진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치위생학과 3학년)
  • 승인 2004.04.29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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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오늘도 하루 종일 진료를 보았다. 밀려들어오는 환자와 더위. 그것이 내가 제일 참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환자들이 의료 해택을 보지 못하고 지내 왔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우리는 학교를 나와 몇 발자국을 걸으면 주위에 많은 병원을 볼 수 있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가끔씩 찾아오는 의료선교단의 손길만을 기다리며 아픈 몸을 참으면서 지내왔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 편이 찡해 왔다.

3월 3일. 예상했던 거와 같이 많은 환자들이 물밀 듯이 밀려 왔다. 이제는 손에 익어서 선생님과도 손발이 척척 맞았다.

이곳에 와서 내가 많이 배우고 느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모든 진료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캠프파이어를 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타오르는 불을 보면서 의료 선교 활동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3일 동안의 선교활동. 그리고 이곳 바탐방에서의 추억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라는 말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를 성숙하게 만든 이곳의 경험은 지금까지 나약했던 나를 이미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채찍질 하는 선생님이 되어있었다.

3월 4일은 오전 진료만 하였다. 김영수 선생님의 이른 바 백(100)발치의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진료 일정동안 김영수 선생님께서 발치하신 치아만 백 개가 넘었던 것이다.

백 번째 발치 모습을 사진도 찍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오전 진료를 마친 우리 일행은 바탐방에서의 추억을 뒤로한 채 시엠립으로 이동했다. 오후 10시(현지시간) 우리 선교단 일행은 시엠립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이곳 시엠립에서 가까운 앙코르 와트 사원 관광과 베트남 하롱베이 투어, 하노이시 투어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남은 일정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3월 5일 오전부터 관광은 시작되었다.

우선 앙코르 와트 사원을 둘러보았다. 그 장대한 규모에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오전 앙코르와트 관광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쉴 새도 없이 베트남 하롱베이로 향하는 경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아 준 것은 캄보디아와 다른 기후였다.

우리나라의 봄 정도의 쌀쌀함을 피부로 느끼면서 우리 일행은 하롱베이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잠을 청했다.

3월 6일 오전부터 빡빡한 일정이 시작되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70년대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리는 차대신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에 있을 때 모 항공사 광고에서 베트남 바닷가를 전경으로 한 투어의 한 장면을 본 기억이 언뜻 떠올랐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풍경이 내 눈 앞에 펼쳐질 때는 한 폭의 사진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모든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나는 그 곳의 풍경들을 마음속에 새기고 머리에 남기기 위해서 주위를 더욱 더 주의 깊게 살폈고, 한곳이라도 더 보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 일행은 드디어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있었다.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는 9일간의 일정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바탐방에서의 진료와 함께 내가 경험했던 일들,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즐거웠던 시간들, 현지인들과 말은 통하지 않아도 우리의 치료에 대한 그들이 지어주던 고마운 표정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해외의 풍경들.

나에게는 그 하나하나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소중한 기억으로 가슴에 남았다.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새 비행기는 대한민국 상공을 날고 있었고, 기내 안내방송과 함께 비행기는 착륙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 40분. 우리는 학교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9일간의 추억을 뒤로 한 채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9일간의 추억은 나에게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남은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

나는 떠나기 전의 두려움과 덜림을 캄보디아에 모두 던져 놓고, 내가 가슴속에 가지고 온 것은 넘치는 인생에 대한 자신감과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이었다.

남은 학창 생활을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치위생학과의 일원이라는 긍지와 책임을 가슴에 새기며 최선을 다해 이를 감당하고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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