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실습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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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실습을 마치고...
  • 유희라 (극동정보대학 명예기자)
  • 승인 2004.03.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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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생과에 입학하고 처음 나가는 현장 임상 실습은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들의 이슈였다. 치과위생사의 길을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기대도 크고 다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그런 기대와 두려움 반으로 나의 실습도 시작되었다.

"잘할 수 있어!" 실습지로 향하던 첫날, 버스 안에서 내 자신을 세뇌시키기 위해 계속 주문을 걸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나의 그런 다짐은 너무나 무기력해졌다. 나보다 앞서 같은 곳에서 실습을 한 친구의 말에 의하면 2주 동안 서서 보기만 했다는데 나의 실습시작은 두 분의 치과위생사 선생님이 공석이 되어 첫날부터 Assist를 하게 되었고, 기구를 찾으러 정신없이 온 병원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뛰어다녀 찾아온 기구는 전혀 엉뚱한 것이거나 잘못 알고 가져온 기구들뿐이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도 내 자신이 느끼기엔 별반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다. 수첩에 아무리 적어도 늘 헷갈리기 일쑤였고 병원은 방학 기간이라 정신없이 바빴다. 나는 첫날 먹었던 마음과는 달리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가고 있었다. "나는 왜 이정도 밖에 못할까..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인가?"하는 자책으로 혼자 우울해했다.

그러나 그렇게 한탄만 하고 흘려보내기에는 6주가 너무 아까운 시간이었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집에 와서 책도 더 찾아보고 내 생각을 바꾸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내가 보낸 시간들을 생각해 봤다. 난 너무 의욕만 앞서 있었다. 행동보다 마음이 더 급해서 실수도 많았다.

앞으로 내가 계속 해야 하는 일인데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성실하게 배우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보다는 마음을 다잡은 후가 훨씬 나아져 있었다. 병원 식구들이 보기에는 내가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였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력 면에서 나의 위치가 비록 최고는 아닐지라도 이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성실했고 노력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또 실습을 나가게 되더라도 지금 내가 갖게 된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면허를 따고 치과위생사가 되더라도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발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빠른 시간에 실력을 갖춘 치과위생사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첫 실습이라 힘들기도 하고 실수도 많고, 혼나기도 했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더욱 소중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중에 내가 치과위생사가 되어 임상에 있을 때 실습 나온 후배들을 보면 나의 첫 실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땐 소중했던 나의 경험들을 생각하며 미소 지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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