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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무대로”…‘급격한 사회변화 대비한 교육 필요’공통사안 논의 앞당길 치협·치위협·정부 상설협의체 구축도 주문
치과위생사, ‘책임·의무·도덕성’ 요구되는 의료인

이승우(80)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는 치과계 현 상황에 대해 “전문성이 약하다. 휴머니즘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기초과학과 인성 교육이 부족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치과위생사 진출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치과위생사는 자연과학도로서 임상뿐 아니라 폭넓은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영역 교과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이 교수는 치위생학 교육의 변화와 함께 치과계 공통사안 논의를 앞당길 치협·치위협·정부 간 상설협의체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지난 1961년 서울치대를 졸업하고 1969년부터 서울치대 구강내과 교수로 34년간 재직하다 2004년 2월 정년퇴직했다. 아시아구취학회장, 아시아두개하악장애학회장, 대한노년치의학회장, 과학기술한림원 정책위원 등을 두루 역임했다. 

퇴직 후에도 상지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자연치유학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교육, 연구 활동을 지속해온 끝에 논문 150개, 저서 20개, 특허 6개 등 연구실적을 냈다. 특히 세계 각지의 전통 의약품을 검증하고 규격화해 국가 수출 증대 및 인류 보건에 공헌했다는 것이 그의 주변 평가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승우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 치과의사로서 걸어온 50여 년, 소회를 밝히자면. 
내가 치과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피죽도 못 먹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 (1인당) GNP가 50불, 60불이 안될 때, 생업과 생존이 중요한 때였다. 고교 문과생인 나로서는 철학과, 사학과에 관심이 있었지만 집안 어르신들 권유에 의해 치과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치과대학을 선택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을 인간이 만들었다면, 자연과학은 하나님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은 결코 지루한 법이 없다. 한없이 파고들어도 재밌고, 늘 호기심이 생기며, 절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자연과학에 더해 인문학을 탐구하면서 그보다 비약할 수 있는 아트 센스가 생겼다. 


- 임상가가 아닌 교수의 길을 선택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 한국전쟁이 터져 미국의 한국 원조가 이뤄졌는데, 미국의 선진 치의학이 많이 보급됐다. 그러면서 한국 치과계가 급성장을 해 치과대학이 6년제가 되고, 인턴 레지던트 과정이 처음 생겼다. 나는 구강외과에 진학해 인턴, 레지던트를 거쳤다. 수술을 많이 했다. 하지만 기초과학이 정립돼 있지 않아 공부하기 어려웠다. 1960년대 원자력원이 생기고 의대에 관련 클리닉이 생겼다. 방사성동위원소 취급 면허시험에 합격해 원자력 방사성동위원소실에서 근무했다. 연구를 많이 하면서 기초과학에 심취해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당시 의과에 임상병리가 생겼고, ‘구강이 전신적인 건강, 치료와 관계가 되므로 임상검사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963년 치과대학에 임상검사실을 만들게 됐다. 이어 구강건강이 전신질환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치의학 교육에 반영하려고 했다. 이듬해인 1964년 치과대학 내 구강내과를 신설했다. 
 

- 현재 치과계 상황, 어떻게 진단하는가. 
기초과학이 부실하다보니 전문성이 약하다. 휴머니즘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로봇이 수술을 하고 미생물을 배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50년 후면 지구상에 있는 전체 직종의 절반가량이 없어지거나 변질될 것이다. 직종이 변화를 따라가면서 낙후되지 않으려면 기초과학에 충실해야 한다. 인성 교육도 받쳐줘야 한다. 이는 치과위생사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치위생도 자연과학의 한 분야이므로 기초과학(수학, 미생물, 해부, 병리)에 충실해야 한다. 기초과학을 하면 제 분야를 확장시킬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문학적 인성을 배양해야 한다. 


- 보다 구체적으로 개원가를 둘러싼 환경을 짚어본다면. 
치과대학을 전문대학원으로 만든 건 잘못된 선택이다. 같은 교수가 가르치고, 같은 학생이 배우는데 등록금이 곱절 높다. 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적성을 고려치 않고 좋은 상가의 명당 자리를 찾아 개원할 생각으로 치대에 입학한다. 돈을 쫓는다. 도전정신이 없다. 연구를 하지 않는다. 의료인이 이윤 추구를 본능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윤은 사회적인 보답이라고 여겨야지, 추구할 사항이 아니다. 역할에 충실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거두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고 때문에 과잉진료와 같은 부정적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 먹튀 교정치과, 양심치과 선언 등 일련의 사건들로 치과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에 치명적 영향을 끼쳤다. 국민 신뢰도 향상을 위한 복안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치의학·의학 전문대학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유럽국가의 경우 의과대학과 치과대학의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와 치과의사는 의무적으로 국민들에게 봉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버리니까 문제다. 시장경제가 정의가 아니다. 학생들이 자연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성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서는 안 된다. 봉사정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배려와 의료봉사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확대시켜야 한다. 


- 교육자로서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양성 교육에 대해 주문할 사항이 있다면. 
해당 분야 이론과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치과의사, 치과위생사는 자연과학도, 생명과학도로서 할 일을 해야 한다. 임상뿐 아니라 폭넓은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영역 교과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한 해 기초과학 연구비에 국비 17조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여기서 치과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연구 활성화를 위해 교수들이 나서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육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 치과계 발전과 함께 치위생계 규모는 나날이 커가고 있다. 현재 치과위생사 발전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사 직종이 모든 의료를 책임질 수 없다. 따라서 치과위생사는 의사가 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입속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의료보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기초과학을 탐구해야 한다. 일례로 미국국립위생연구원(NIH)에서 꼽히는 최고의 미생물학자가 치과위생사다. 


-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다면.
우리나라 법에 명시된 치과위생사 업무는 너무 세부적이라 기능적이지 못하다. 경계를 허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치과위생사 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 교수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치위협이 교육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 82개 치위생(학)과에 표준화된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한다. 교육위원회를 두고 치과위생사뿐 아니라 치과의사, 의사, 보건행정 전문가 등 여러 직역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사안 발생 시 사전 상시 조율할 수 있는 협의기구가 필요하다. 분쟁을 줄이기 위해 치위협과 치과의사협회,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 


- 치위협이 추진하는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견해는?
늦은 감이 있다. 국가가 책임과 의무, 도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의료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대우해주는 것이다. 의료인은 양심에 의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숙련된 바를 국민들에게 베푸는 자이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 대한 의료보장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의료인과 책임을 공유한 것이다. 치과위생사가 이 같은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데 정부가 이를 반대하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 앞으로 치과의사로서, 또는 개인적으로 계획이 있다면.
아직도 인생의 목적이 선명하진 않다. 방향만 있을 뿐이다. 무슨 일이든 선한 목적을 갖고 선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치과의사라고 치과만 위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 전체를 위해 고민하고 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 끝으로 젊은 치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협함에서 탈피해야 한다. 부족한 나 자신을 타인이 대우해준다고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돈은 목표가 아니라 방향에 따른 결과다. 이웃을 돌아봐라. 담장을 넘어 세상을 보라. 

배샛별 기자  press@kd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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