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인해 치과위생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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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치과위생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11.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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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유명숙 치위생주임
유명숙 단국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치위생주임

단국대학교 치과대학병원의 유명숙(49) 치과위생사는 올해 9월 1일자로 ‘치위생주임’ 보직을 맡았다. 이 병원에서 ‘치위생주임’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그가 최초로, 입사부터 25년간 착실하게 치위생 분야 입지를 다져온 결과다.

충남 천안 출신의 유명숙 치위생주임(이하 주임)은 고교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친구와 함께 치위생과로 진학하게 됐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금의 단국대 치과대학병원에 입사했으며, 올해로 25년째 근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그가 있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 보철과에 근무하는 동안 오전만 10명이 넘는 환자를 보는 등 쉼 없이 계속 일해야 했다. 업무를 하다보면 시간은 정해진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

“교수님들이 멀티 플레이어를 원하셨기 때문에 일이 참 많았어요. 힘들긴 했지만 주어진 일은 완벽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집에 갈 때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가 됐죠. 돌이켜보면 당시 환자분들의 피드백이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준 가장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당시만 해도 병원 내 여직원은 결혼과 함께 그만두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유 주임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는 과정 중에도 병원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다.

경력이 쌓여 일정 궤도에 올랐어도 그의 성실함은 여전했다. 아니 심화됐다. 오일링, 체어 닦기 등 시키지 않은 일까지 스스로 찾아 하다 보니 그의 성실한 태도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봐 줄 정도였다.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만들어 하는 경우도 많았다.

“소독과 감염관리에 집중하다 한번은 소독된 기구를 천에 싸놓고 쓰도록 했어요. 환자도 교수님도 만족스러운 눈치였죠.”

각 과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일하기 때문에 새 업무까지 인계받는 직원들이 부담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취지에 공감해 호응해준다는 것이 유 주임의 얘기다.

그러다 2008년께 정부의 의료기관 평가가 본격화되면서 병원 내 치과위생사의 역할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유 주임도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출장을 다니고 교육을 받는 일이 빈번해졌다.

조사위원 활동을 통해 치과 구성원들이 감염관리를 주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결국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합심해 치과감염관리협회 창립을 추진했다. 유 주임은 2012년부터 이 협회의 재무이사직을 맡고 있다.

“의료기관 평가를 계기로 다른 업무에 대한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생긴 거예요. 교수님과 행정직원이 주도하던 일을 치과위생사들이 앞장서 끌고 가기 시작했거든요.”

유 주임은 병원 내 기존 업무와 대외 업무를 모두 소화하며 조화롭게 병행하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그의 의견에 대해선 반응도 긍정 일색이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유 주임이 낸 의견이 거의 실현됐다.

당시 유 주임은 자발적으로 감염관리 회의, 환자 대응지침 수립, 직원 교육 등을 주도하며 감염병 예방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모든 일은 상사인 진료부장에 보고하고 진행한 일이었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병원에서 좀 더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후배 치과위생사들과 함께 치과감염관리협회에서 만든 치과감염관리 가이드북과 비교해 병원의 감염관리 이행여부 점검을 하고, 점검 결과에 따라 개선점 등을 발표한 것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유 주임은 현재 감염관리, QI(의료 질 향상), 직원관리, 학생 실습 평가 및 관리, 각 부서별 환자관리 등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병원 지침에 따라 단국치대 본과 3학년, 인턴을 대상으로 한 치과감염관리 교육도 맡고 있다.

매주 각 과별 책임치과위생사 회의를 주재하고, 한 달에 한 번 세미나를 주최하며 직원들의 역량강화와 친목 도모에도 앞장서고 있다. 세미나의 경우 유 주임이 입사 초 동료 치과위생사들과 병원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유 주임은 계속해서 임상가로 남아 치과위생사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입지를 돈독히 다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똑같은 존재로 남지만 좀 더 새로운 걸 찾아 한다면 본인의 역량을 키우는 토대가 되고,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며, 나에 대한 인지도와 나로 인한 치과위생사 인지도가 함께 달라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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