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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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 강승남(포항1대학 치위생과)
  • 승인 2003.08.2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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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대학 생활에 점차 익숙해질 무렵… 나에게는 첫 여름방학이 찾아왔고 아마도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대학 첫 방학을 무의미하게 보냈을지도 모른다.

다른 많은 학생들처럼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으로 멀리 떠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만큼 떨리고 또 설레었다.

포항역에 집결해 김해공항으로 떠나는 버스를 타고,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공항에 도착했으나, 그만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이것저것 너무 준비를 많이 한 탓에 짐이 너무 많아져 기준량을 훨씬 초과해 버린 것! 도리없이 무려 3~40여 만원을 더 내고서야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시작부터 요란하게 출발한 필리핀 첫 연수… 하지만 경험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잊지못할 공부가 되었다.

“다음부터 짐은 가능한한 간단하게…”

3시간 반을 날아 드디어 필리핀에 도착!! 정말 예상대로 습하고 더운 날씨… 앞으로 한 달 동안 어떻게 견디나 하는 마음이 벌써 들었다. 저녁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주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둘러 보지도 못한 채, 우리 연수단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앞으로 한달 간 머물게 될 PM이라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3인 1조로 방을 배정받고 나니 대부분 처음 보는 친구, 선배들이어서 약간 서먹했지만 그것도 잠시… 서로 곧 친해져서 연수기간 동안 정말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앞으로 한달 동안 열심히 하자“ 는 각오를 나눈 뒤 곧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앞으로 한달 간 다녀야 할 UP(University Of philippine)대학을 처음 방문하는 날!! 설렘과 기대를 안고, 모두들 학교로 가는 교통편과 차비에 대해 물어가면서 UP대학에 도착했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교수님들이 너무너무 친절했으며 필리핀 친구들도 모두들 친절해 보였다. 각자 자신을 소개하고… 드디어 그렇게 첫 수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수업이 모두 영어로만 진행되는 것이 약간은 답답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아듣고 대처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금요일까지 수업을 받고 주말에 필리핀의 주요 관광지를 다니기로 계획한 대로, 우리는 첫 주말에 아시아 최고의 몰이라는 ‘SM 메가몰’에도 가고, 저녁에는 한인촌 PC방에 갔다.

아시아 최고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꾸며진 거대한 규모와 시설에 정말 놀랐으며, 필리핀의 몰 문화는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PC방에서는 외국에 와 있으면서 한국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신기했다.

다음날… ‘팍상안’이라는 폭포와 ‘따가이따이’ 라는 화산을 보러 갔는데 날씨가 흐리고 너무 어두워서 ‘따가이따이’는 볼 수 없었지만 ‘팍상안’에서는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 폭포를 맞으니,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폭포 때문에 카메라가 고장이 나기도 했지만, ‘팍상안‘에서의 경험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UP대학을 다니며 정말 여러가지를 배웠는데, 우리나라와는 다른 수업방식과 참여했던 수업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말에는 영화도 보고 몰에서 쇼핑도 하고 수영도 하고... ’리쟐 공원‘이라는 곳에도 가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국가였을 때 큰 공헌을 한 장군의 이름을 본 따 만들었다는 ’리쟐공원‘… 그 명성 만큼이나 정말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이렇게 여러 곳을 방문하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필리핀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그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영어실력도 많이 늘었는데, 필리핀 친구들은 정말 착한 친구들이었다. 우리나라의 ’3,6,9게임‘을 ’three, six, nine game‘으로 번역해 가르쳐 주고 함께 게임을 하며 밤을 지새고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 그 친구들이 너무나 보고프다… 하나하나의 경험이 나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갈 때 쯤... 어느덧 우리는 한 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다 써버리고 있었다. UP대학에서 고등학생들을 지도하는 프로그램 때문에 너무 고생을 했었는데,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르치는 보람’ 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남겨준 메모 중에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도 보람된 말이 있는데 -“나에게 아주 좋은 선생님이었고, 매우 친절했으며 앞으로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아마 그 말은 내 평생에 기쁨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UP에서의 마지막 날 수료식을 할 때에는 정말 이제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맺힐 만큼 아쉬웠다. 그러면서 내 마음 속에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좀 더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밤… 짐과 함께 나의 짧은 필리핀 생활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필리핀 친구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곤한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함께 밤을 지새준 두 친구가 정말 고마웠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그 친구는 ”A little sad… A little happy"라고 말해 주었다. “시원섭섭하다” 는 말이었겠지.

길고도 짧은 한달… 나에게는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나에게는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들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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