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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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를 다녀와서
  • 전경민 명예기자
  • 승인 2003.09.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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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의 만남

지난 5월31일과 6월28일, 두 차례에 걸쳐 부산 맹아학교와 배화학교를 방문했다. 내가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하게 된 봉사활동이라 한편으로는 설렘이,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나의 걱정은 마치 내 마음을 읽고 있었다는 듯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다름 아닌 봉사활동 장소인 학교를 찾는 일이었다.

학교의 위치를 찾기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웬만한 택시기사님들도 잘 모르는 곳이라서 도중에 택시를 바꿔 타야했던 것이다. 막상 학교에 도착해보니 그리 외지지도, 험한 곳에 위치해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우리 일상에서 장애우에 대한 생각과 배려가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어렵게 찾아간 학교에 도착해서는 아이들과 마주하기에 앞서 또 다른 걱정이 나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눈이 안보이는데.. 소리가 안들리는데.. 그들에게 내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혹시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과 행동에 상처는 받지 않을까?’ 하지만 교육을 위해 그들과 마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두려움과 걱정은 서서히 내 마음을 벗어나고 있었고 서서히 정겨움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보통 개구쟁이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짓궂은 장난도 하며, 선생님께 질문도 하고 대답도 씩씩하게 잘하는, 평소 내가 생각했던 그런 아이들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얼굴 표정도 굉장히 밝아 우리들도 덩달아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임할 수 있었다.

한가지 어려웠던 점은, 우리가 가르쳐 주고자 하는 것을 그들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맹아학교에서는 칫솔질교육을 할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모든 것을 손으로 만져보고 그 느낌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행동도 크게, 천천히, 몇 번씩 반복해서 보여주어야만 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을 눈으로 보고 따라하면 쉬운 일이었지만, 아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손으로 만져 느낌으로 전달해줘야 했기에 쉬는 시간을 위해 할애해 놓은 10분까지도 빌려 교육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하고 오래 걸렸다.

그러나 다행히 배화학교에서는 맹아학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여유를 부리며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학교에 비치해 놓은 시청각 교육자제들이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었고, 아이들의 수업도 우리가 준비한 영상자료를 보면서 동시수화통역으로 진행되어 별 어려움은 없었다.

수화통역은 배화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직접 해주셨는데, 수화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들이 봤을 때도 무슨 내용인지 대충은 이해가 갈 정도로 수화에 대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혹여 나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수화를 통해 내 마음을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두 학교의 방문을 통해서 우리와 겉모습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다른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서 배워 온게 더 많은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보잘 것 없지만 내 전공분야의 지식을 그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었음에 무엇보다 뿌듯했고 나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 소중하고 값진 경험의 시간이었다. 또한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고, 장애우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과 감정,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친구임을 다시 한번 몸소 경험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부산에 있는 10개의 특수학교를 더 다녀야하지만,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이 앞서는 마음에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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