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근무 한양대병원서 영예로운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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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근무 한양대병원서 영예로운 정년퇴임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6.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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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목적을 두고 전진할 자세를 가진다는 것은 살아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에요.”

김 영 순 겸임교수 백석문화대학교

  

백석문화대학교 치위생과 김영순(64) 겸임교수(이하 김씨)는 33년간 다니던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지난 2013년 영예로운 정년퇴임을 했다. 그는 꾸준히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2006년 교육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0년 보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2015년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제는 좀 쉴 만도 한데 그는 매일 집 근처 독서실로 출근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앞서 연세대학교 의학기술수련원 치과위생과에 입학한 단짝친구를 통해 치과위생사 직업의 비전과 근무 여건 등을 접하면서 치과위생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치과위생과로 진로를 결정했다.

이후 치과위생과를 졸업한 김씨는 첫 직장으로 소규모 치과의원을 택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치과 운영이 어려워진 원장이 사직을 권고했고, 김씨는 한동안 무보수로 일하며 업무를 익혔다. 그런 그가 대견했던 원장이 대학병원행을 제안했고 마침 공석이던 한양대병원 치과로 이직을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김씨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압박감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특히 급하고 까다로운 상사의 요구들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담당교수님이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분이였어요. 심지어 전화벨이 세 번 울리기 전까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불호령이 되돌아왔죠. 진료 외적인 부분까지도 완벽함을 요구하셨기에 어린 마음에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혼나고 우는 일이 반복이었죠.”

그럴 때마다 주눅 들기 일쑤였고, 김씨는 다른 직장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치과위생사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통하던 대학교 보건실에 자리가 났지만, 그는 갈 수 없었다. 때마침 큰 사고를 겪고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사에게 차마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교수님의 형편을 배려한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교수님은 퇴임 후 저를 각별히 대해주셨어요. 아이들 결혼식 주례며, 저의 논문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해주셨죠. 지나고 보니 혼내신 것도 저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봐요.”

김씨는 누가 봐도 성실한 직원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같이 1~2시간 일찍 출근해 기구를 소독하고 재료를 준비하며 예약환자를 점검하는 등 철저한 진료 준비로 무장했다.

당시에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했는데, 김씨는 결혼 후 임신 5개월이 될 때까지 근무하다가 퇴사했다. 그리고 6년간 전업주부로 아이들의 육아에 전념하다가 다시 한양대병원으로 돌아왔다.

다시 일을 시작한 김씨는 예전과 같이 누구보다 아침 일찍 출근해 소신껏 열심히 일했다. 직원 관리에도 신경을 써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번 꼴로 그룹스터디를 개최하고 직원 간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친목과 화합을 도모했다.

퇴임을 8년 앞둔 시점부터는 환자관리와 치과 살림을 총괄하는 데스크 업무를 맡았다. 김씨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코디네이터 자격까지 취득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33년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바쳐온 병원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환자를 만날까’, ‘수술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했거든요. 무엇보다 동료들과 즐겁게 일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어요.”

김씨는 퇴임하기 오래 전부터 은퇴 후 활동을 고민해오다 후학 양성과 연구 활동에 매진하는 치과위생사 후배들을 접하고 교육자로서 길을 걷기로 결심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한양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 백석문화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씨는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치과위생사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제반 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미 ‘구강건강증진 프로그램이 노인의 구강건강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노인구강보건특별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치과위생사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후배 여러분들도 매사에 배려심과 진실성을 갖고 다가선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집니다. 그러면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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