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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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작을 꿈꾸며…
  • 김동현 (동우대학 치위생과)
  • 승인 2001.06.18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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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차돌 같아야 한다. 항상 차돌같이 차갑고 굳고 모진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남보다 뒤쳐져서도 안되고 약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 위에 군림해서도 안 된다. 항상 자신에게 충실해야 하고 자기 가족에게 충실해야 한다” 아버지께서 항상 해주시던 말씀이었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잔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가 어디에서든 최고가 되길 바라셨다. 하지만, 최고를 바라는 자의 뒷모습에는 항상 패배라는 수식어가 복병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그 씁쓸함이란… 하지만, 그 씁쓸함 속에 아주 작지만, 진한 달콤함도 없지 않았다. 내가 대학을 입학하고서부터…

동녘의 저편에서 아침을 안고 오는 산수유 빛 붉은 해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소리로 나를 깨우고, 어스름에 눈을 뜨면 욱신거리는 숲의 신음소리로 숲은 작설차 곱게 빼어난 듯 연둣빛으로 곱게 물이 든다. 모든 것이 풍경화 일 것만 같은 이 곳.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모든 것이 가을날의 동화 같기만 하고, 한 폭의 풍경화 같기만 한 이곳에서 대학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뭉클한 벅차 오름이 발버둥친다.

‘발 아래를 보라! 발을 붙이고 선 땅을 보라. 발을 내려놓은 그 앞을 보라! 또 그 앞을 보라. 그래서 눈을 들어 멀리 눈 가는 가를 보라. 달려갈 자는 전신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신이 함께 달려가지 않으면 안된다. 피곤은 심신이 평행하여 합일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이 말이 내 몸과 마음을 곧 추세우게 했다. 그래서인지, 방황할 때마다 그리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목표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달렸다. 치위생과에 입학하면서부터 내 장거리 달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처음부터 치위생과가 내 목표는 아니었지만, 엄마 품 같이 한없이 따뜻하기만 한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친구들의 정겨움 속에서 쉽게 적응해가고 있다. 아침을 기다리는 자의 행복함! 나는 그 행복함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애착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선택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함이었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는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목표는 ‘치과위생사’…

아직은 세 살 박이 꼬마가 걸음마를 하는 것에 불과한 애송이지만, 나는 ‘치과위생사’라는 목표물을 두고 장거리 달리기를 끊임없이 할 것이다. 영광스런 삶은 한번도 실패함이 없는데 있지 않고 실패할 때마다 조용히, 그리고 힘차게 일어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던 ‘최고의 길’에 오르려 한다.

새까만 밤하늘 아래 어화를 밝힌 채 뱃머리를 돌아 치는, 거센 물결을 헤쳐 가는 고깃배가 정겨운 이 곳, 내가 한 발치 물러나있는 지금 이 자리가 내 마음 깊을 곳에선 언제나 정겨운 이 곳을 향해 있기를 바란다.

또 다시 ‘시작’이라는 출발선에 서서 내 꿈을 펼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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