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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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성문
  • 최영미 치과위생사(충북 제천시 한수면 보건지소)
  • 승인 1997.07.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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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생전 듣도 보지도 못했던(치과에도 간호사가 있는줄 알았던) 치과위생과에 원서를 넣고 처음 명패를 달은지 벌써 9년째를 맞이한다.

처음에 적성이 안 맞아 다른 일도 해보고 2년이란 세월에 원망도 해보았지만 지금의 난 어쨌거나 ‘치과위생사’ 면허증 덕분에 남들이 몇 년씩 공부해서 하려는 공직에 쉽게 들어와 나름대로의 보람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지금의 난 ‘치과위생사’의 일원이고 나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가끔 방전(?) 되다가도 보수교육에 갔다오면 더욱더 열심히 하리라는 내 나름대로의 사명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런 나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을 어이없게도 서울에서 개최된 종합학술대회에서 접하고 말았다.

아침일찍 멋지게 차려입은 치과위생사들이 학술대회장으로 모여들고 연이어 김숙향회장님의 대회사와 내빈들의 축사로 학술대회는 시작이 되었다. 한편에서는 치과기재들이 전시되고 몇몇 보건소의 구강보건활동에 대한 교육이 펼쳐지고 있다.

제1강연을 듣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난 우연찮게 그 호텔에서 일하는 어떤 청소부 아주머니와 아저시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얘네들, 다 전문대 이상 나온 애들이야? 지저분해서 참” 불만섞인 아주머니의 첫 마디였다. “그래? 알만한 아가씨들이 왜 그래” 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들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뭐 때문에 그러세요” 아직 성이 다 가시지 않아서인지, 우리도 한 통속이라 생각하셨는지 아주머니는 내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으셨다.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그제서야, 아주머니는 나에게 꾸짖기라도 하듯이 “아가씨들이 왜 그래. 자기 입술 닦은 휴지를 화분속에 버렸더라구. 화장실은 어떻고. 참, 내가 기가 막혀서. 얼굴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다니면 뭐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배웠다는 사람들이 …” 순간, 쥐구멍이 어딨나. 아니 바늘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친구와 난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내려버렸다.

내가 한 일은 물론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 아주머니의 불만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치과위생사 학술대회’란 큰 현판을 내걸고 우린 우리들의 안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행동은 외면한 채 전문여성으로서의 자부심만 생각했는지는 모른다.

갈수록 치과위생사의 숫자가 많아지고 국민들의 인식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미스치과위생사를 뽑아 대내외적으로 홍보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행동 하나하나가 그 어떤 것보다 큰 홍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미스 치과위생사이다. 치과위생사를 대표하는 개개인의 홍보 사절단이다. 좀 더 깨끗한 매너로 치과위생사를 알지 못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 처음엔 이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나 역시 치과위생사로서 처신을 잘 하지 못하는데 남들에게 이래라 저라래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제목을 『나의 반성문』이라고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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