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는 보조인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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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는 보조인력이 아니다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7.03.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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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상훈 캠프 토론회서 ‘치과 인력난’ 진단과 해법 논의
치과의사-치과위생사 패널 한 목소리 ‘눈길’

“치과위생사는 전문 인력입니다. 치과는 전문 인력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치과계 인력난 문제가 대한치과의사협회 선거 주요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해법을 두고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양측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장 후보인 이상훈 선거캠프가 11일 오후 5시 서울 강남역 토즈에서 ‘보조인력문제완전해결을 위한 끝장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회에서 이상훈 후보가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김민정 부회장, 경희치대여동문회 박경아 회장이 패널로 참석해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한 사람으로서 인력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내놨다.

인력난 문제는 개원가에 민감한 사안인 데다 구인난 원인과 해결방안 등에 이해가 엇갈렸던 만큼 양측이 의견을 같이 해 눈길을 끌었다.

치과의사 인식도 바꿔야

이날 양측 패널은 치과가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치위협 김민정 부회장은 “치과위생사들에게 계속 다니고 싶은 직장은 전문인으로서 인정받는 곳, 나와 내 가족이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치과의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치과계의 인력난 해결의 초점은 보조인력에만 맞춰 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희치대여동문회 박경아 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치과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법적, 조직적 개선책도 있지만, 오래 일하고 싶고 졸업생들이 치과에 취업하고 싶은 직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치과의사 내부에서 치과위생사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김민정 부회장과 경희치대여동문회 박경아 회장, 그리고 발제를 맡은 경기도치과의사회 이재호 전 치무이사.

박 회장은 치과의사가 치과위생사를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조직의 수장으로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당장 일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원을 고용할 것이 아니라, 직원이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 치과에서 직원 채용 시 40분에서 1시간 동안 면접을 본다. 5분 면접을 하던 때와는 달리, 면접자 90% 이상이 우리 치과에 최종 입사를 지원했다. 인사시스템부터 대접받는 느낌을 줬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과위생사가 환자를 볼 때 보람을 느끼고 전문직업인으로서 위상을 더 높일 때 치과계 전체 위상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양측 패널은 치과위생사를 ‘보조인력’이라고 지칭하는 표현을 두고도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김민정 부회장은 “양질의 교육을 받고 배출된 전문 진료인력이 사회에 배출돼 최하 수준의 처우를 받는다. ‘보조인력’이라는 표현만 봐도 그렇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경아 회장 역시 “치과위생사를 지칭할 때 ‘보조인력’이 아니라 ‘전문인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보조인력’이란 표현을 보고 치과의사가 치과위생사를 대하는 눈높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싶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이상훈 선거캠프 관계자와 개원의, 취재진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치과조무사 양성, 함께 논의해야

토론에서는 치협회장 선거캠프마다 앞 다퉈 치과조무사 양성과 덴탈어시스턴트 제도 도입 등을 치과 구인난 해결을 위한 공약으로 제시한 것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김민정 부회장은 “오늘 협회 부회장이 아닌 치과위생사의 한 사람으로서 참석했다”고 전제하고, “한 해 4,600명가량 치과위생사들이 배출되지만, 취업 후 절반 이상이 치과 현장을 떠난다. 이러한 치과위생사들을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하고 이직과 전직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지 왜 치과위생사가 아닌 다른 직역에 눈을 돌리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면서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땜빵식’ 대책이 아니라 치과계 백년대계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치협회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건 치과조무사 양성 제도에 대해 치위협이 반대한 적은 없다. 오히려 치협 집행부에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인력양성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박경아 회장은 이와 관련,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간 서로 상생,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양측의 신뢰가 회복됐을 때, 치과조무사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함께 협력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훈 치협회장 후보 역시 “치과위생사를 배제한 채 간호조무사에만 매달린다고 해서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제가 협회장으로 당선되면 상호 존중 문화를 구축해 협회 간 대화를 통해 인력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치협 전담부서 신설 주문도

이날 토론에 앞서 발제를 맡은 경기도치과의사회 이재호 전 치무이사는 ‘보조인력 공급부족문제’, ‘직역 간 업무영역 법적 문제’, ‘보조인력 문제 해결책 처방’ 등을 제시했다.

경기도치과의사회 이재호 전 치무이사

이재호 이사는 “환자들의 치과의료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주 5일제 시행, 연월차 증가 등 치과 내 직원 복지수준 향상에 따라 추가 필요인력이 늘고 있다”면서 “과거 시행했던 치협의 보조인력 사업 평가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치의보건간호과 운영, 치과 전문 간호조무사 양성, 치과위생사 및 조무사 유휴인력 발굴·교육·치과 연결, 치과위생사 파트타임제 유도, 덴탈 취업박람회 등 치협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 이사는 “치협이 회원들이 겪는 보조인력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고 전반적인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보조인력 전담 부회장과 전담 이사를 신설하고 전담직원을 채용해야 한다”면서 “지금껏 보조인력 문제를 회무의 일부로만 여기고 있어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협회 내 보조인력 전담센터 신설 △치과조무학원 설립 확대 △치과전문 간호조무사 양성 확대 △한국식 덴탈어시스턴트(미국식 치과진료조무사) 도입 △치위생(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등을 해결방안으로 내놨다.

이 밖에도 △개원가 채용 기회 확대를 위한 협회 및 지부 지원 △치위협·간무협과 연계한 무료 구인구직사이트 운영 △치과경영관리사 양성 확대 △유휴인력 연결 프로그램 △퇴직자 추천서 써주기 캠페인 등 경력자 및 경력 단절자 채용 검증 프로그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이사는 “치과계 백년대계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치과위생사 배출을 확대하고 한국식 덴탈어시스턴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치과위생사는 예방업무와 치과 전반에 대한 관리업무 위주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정면으로 다뤄

이날 토론회에서는 치위생계 숙원사업인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훈 후보

치위협 김민정 부회장은 “협회에서 일하다보면 치과의사의 지시로 치과위생사가 교합을 조정했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느냐는 식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는 실제 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라며 “의료행위를 하는 치과위생사 업무를 법에서 보장해야 한다”라고 분명히 했다.

이상훈 후보는 이와 관련 “치과위생사가 직업적 긍지를 가져야 하고 전문 인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인화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치과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보면 치과위생사 급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치과위생사가 스케일링 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의료인으로서 업무에 대한 법적 보장을 받겠다는 것이지, 독립된 스케일링 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치과위생사가 스케일링 센터를 운영하는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치과의사가 없어선 안 된다. 그런 걱정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이상훈 선거캠프 관계자와 개원의, 취재진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 직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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