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約의 중요성에 대하여
상태바
公約의 중요성에 대하여
  • 대한치위생(학)과교수협의회 공보위원회
  • 승인 2017.03.20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치과계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의 장의 직선제 선출을 앞두고 설렘과 열기를 더하고 있다. 여기서 설렘이라 함은 직선제의 여러 긍정적 측면에 대한 성공의 기대감이고, 열기는 각 후보들 간의 공약의 열기이다.

단체장을 직선제로 선출한다는 것은 단체 성숙도나 의견 수렴의 민주화, 각 회원들의 후보에 대한 객관적 판단력과 참여도, 전국적 직접선거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력 등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치과계의 일원으로서 부러운 마음과 함께 직접 선거의 단점인 인기영합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하는 바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의 선거공약이 공개되고, 후보들 간의 토론회, 또한 공약과 관련된 행사들을 지켜보면서 설렘은 우려 그리고 허탈과 반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여러 가지 공약 중에서 “어?” 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이건 아닌데”의 우려로 마침표를 찍은 공약 중에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보조인력에 대한 공약이다.

공약의 사전적 의미는 ‘입후보자 등이 선거 때 유권자에게 행하는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그 시기 국민의 요구를 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후보들이 보조인력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유권자인 치협 회원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약이 가져야 하는 사회의 책임성과 실천성, 법 제도 등을 고려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과거 지방 자치단체의 선거에서 시민들은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을 펼쳤고, 그 결과 유력한 당선 후보였던 사람이 낙선하는 결과가 있었다. 매니페스토는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공약을 평가하는 것으로 공약의 구체성(specific), 검증 가능성(measurable), 달성 가능성(achievable), 타당성(relevant), 기한 명시(timed) 등 5가지를 평가기준으로 한다. 또한 공약의 지속성(sustainability), 자치력 강화(empowerment), 지역성(locality), 후속조치(following) 등도 평가 기준으로 삼아 선거에 승리한 후보자에게 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다음 선거에도 영향을 끼친다.

후보들이 제시한 보조인력 공약을 접하며 매니페스토(manifesto)의 어원처럼 ‘과거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에 대해 충분한 고민들을 하였을까 반문하고 싶다. 향후 임기 후 평가에서 과연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 회장은 한 번만 할 거니까 평가 따위는 상관없이 그저 공약을 내세우고 지금 이 순간을 잘 넘겨 당선만 하면 된다는 욕심 앞에 치과계 다른 직종의 구성원들과 국민구강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세 후보가 제시한 ‘치과간호조무사 제도 법제화’, ‘덴탈어시스턴트 제도 법제화’, ‘치위생(학)과 개설’, ‘2·4년제 학제 개편’, ‘치과위생사 국가시험 재응시 교육지원’ 등의 공약들 앞에서 치과위생사를 양성하는 사람으로서 공약 하나 하나에 대해 합당치 않음을 설명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부족한 인력을 새로운 제도나 학교 증설 등 숫자로 해결하는 방안은 단기적 해결방안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공약이 수년 뒤 부메랑이 되어 치과계의 난제로 또 해결해야 할 과제를 촉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 면허 치과위생사가 7만 4천여 명에 달하고 있으나, 활동 치과위생사는 3만여 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부족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두지 말고 ‘왜?’ 라는 단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 매년 82개 대학에서 4,500명 이상의 치과위생사가 배출되고 있고 전국에서 90% 이상의 취업률을 유지하는 치과위생사 양성이 인력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지? 왜 치과위생사들은 경력이 많을수록 치과계를 떠나는지? 왜 치과위생사들은 일정 경력 이후에는 취업 자리를 얻지 못하는지? 이러한 여러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등을 돌리고 단지 현재 부족만을 이야기 한다. 직종 간 구분되지 못하는 업무, 근무 환경 등의 문제점은 인력 부족문제 해결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치과위생사가 치과를 ‘평생직장’으로 여기지 못하고 이탈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급여 등 소득적인 요소가 아니라 직업만족도로 밝혀졌다. 이는 업무자체에 대한 만족도와 자존감이 더 중요함을 의미한다.

각 후보들은 공약 설명에서 ‘당선 후’ 이들 문제에 대해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한다. 하지만 순서를 바꾸어 공약 제안 전에 충분한 사전 조사를 통해 공급과 수요에 대해서, 그리고 이런 현실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치과위생사와 관련 있는 유관기관들과의 충분한 논의 후에 실천 가능한 공약을 세웠다면 공약다운 공약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고, 특히 보건인력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더욱 조심스럽게 적정한 수와 질을 조절하면서 양성해야 하기에 치과위생사를 포함한 의료기사들의 학제와 자격을 위해 평가되어야 하는 교육 내용들은 법에 명시되어 국민구강보건의료를 위한 지식과 기술의 질을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일을 해당직종이 아닌 타 단체장의 선거에서 학제의 개편, 학과의 증설, 또는 국가시험까지 관여를 한다는 것은 주변 단체들에게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회자될 것이다.

치과인들은 모두 안다. 사탕은 순간적인 달콤함은 줄 수 있지만 곧 입안이 텁텁해지며 또 다른 사탕이 필요하고 그 반복된 결과는 치아우식증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지금의 공약이 사탕(만약 사탕의 매력이 있다면)을 먹고 난 뒤의 결과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치과보조인력의 지식과 기술, 능력을 단순히 생각하는 이런 사고들은 타 보건의료 분야가 치과 기술을 폄하하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치과계 직선제가 지킬 수 없는 空約의 장이 아니라 公約으로 채워지기를, 그리고 직종 이기주의 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leader로 치과계를 lead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 위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