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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미사일이....
  • 황윤숙 논설위원(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 승인 2017.11.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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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숙 논설위원

나는 전쟁을 겪지는 않았지만 휴전 국가에 태어나서 공산주의, 빨간색, 김일성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면서 성장한 세대이다. 교실 뒤편에는 항상 북한과 남한사회의 차이점, 공산주의의 나쁜점 등이 게시물로 부착되어 있었고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내 나이 또래 아이가 남파 간첩에 죽으면서까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이야기 했다며 그런 용기를 본받아야 한다고 글짓기 대회도 했다. 몇 개의 단어는 의문을 가져도 입에 담아도 안 되는 삶을 강요당했다. 그런 삶 속에 ‘아, 전쟁이 일어 날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딱 한번 있었다. 이웅평이라는 북한의 한 조종사가 미그 19기를 몰고 휴전선을 넘어 귀순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날 민방위 훈련 때만 울리던 사이렌이 요란이 울렸고 “국민여러분 실제 상황입니다. 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라는 다급한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그 순간 서울대 치과대학으로 향하고 있던 나도 창경궁 담벼락에 붙어서 대피했고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처음으로 휴전국가의 삶을 체감 했고 그 뒤로는 또 30 여년을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왔다. 휴전국가에 살면서도 가끔씩 미사일이 쏘아 올려 졌네, 휴전선에서 도끼 들고 군인들이 싸웠네, 이런 보도들에 대해 또 이렇게 둔감해지고 있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이 쏘아 올린 미사일이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세계치과위생사연맹(이하 연맹)이 2019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국제치위생심포지엄(이하 ISDH)을 2024년으로 연기됐다는 보도를 접하게 됐다. 당연히 ‘왜?’ 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준비했고 특히 2016년에는 전국에서 모인 치과위생사들이 스위스를 찾아가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2019년 성공적으로 ISDH를 개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전·현직 연맹회장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성공적 개최를 위한 조직, 환경 등등의 인프라를 점검하고 한결같이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간 터이고 우리도 다른 나라 학술대회를 친선 방문하여 적극적으로 2019년 ISDH 서울 개최를 홍보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터이라 더욱 난감한 일이었다.

왜? 이유인 즉 현재 한반도에서의 정치적 상황이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어 회원 안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내 긴장상황에 대해 회원국뿐만 아니라 연자 및 후원사들이 안전에 대한 문제를 우려하고 있어 이대로 행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2018년에 평창 올림픽도 열릴 것이고 몇 년 전에는 아시안게임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는 공중에 미사일이 날아 다녀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엉뚱한 글을 써서 이웃동네 젊은 친구를 자극해도 우리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력을 믿으며 꽃도 키우고 10년 뒤 그늘을 만들어 줄나무도 심고 빌딩도 세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잘 살고 있는데... 그리고 3년에 한번씩 ISDH가 개최 될 때마다 경제적, 시간적 이유 등으로 참석하지 못했던 한국의 치과위생사들이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개최 되면 꼭 한번 참석해서 세계의 치과위생사들과 교류하겠다며 그동안 덮어 두었던 영어책도 꺼내 다시 공부하고 젊은이들은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여 해외 치과위생사들에게 우리의 삶을 소개하고자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말이다.

국내에 테러가 있어 관광객이 실종됐다가 무장한 사람과 함께 방송에 눈을 가린 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나라도 아니고 시내 한 복판에 무장 시위가 있는 나라도 아닌, 세계가 인정하는 ‘촛불로 정권을 교체하는 성숙함’을 가진 시민들이 사는 나라인데 말이다.

덴톡에 실린 “한반도 긴장상황이 곧 안정되어 평화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설득과 함께 그간의 행사 준비과정과 우리 회원들이 느낄 실망감에 대하여 설명하는 등 강력한 유감을 즉각적으로 표명하며 제고할 것을 요청했다”라는 짧은 몇 줄의 글을 통해 그 행간에 담겨있는 그간의 수많은 노력과 결정을 바꾸기 위해 애쓴 마음을 읽는다. 참 애썼다고 토닥거려주고 싶다.

평화란 멀리서 ‘너희들 괜찮아? 아주 안전해지면 놀러 갈께’가 아니고 조금 불안해 보이더라도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서 ‘여기 안전하네요. 여러분들도 함께해요’라고 하는 것이 옳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누구를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이다. 다만 2007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이어 우리가 두 번째 연기국가로 결정내린 연맹의 판단을 매우 유감스럽고 아쉽다고 생각한다.

2024년으로 개최일이 연기됐다. 그때 또 우리나라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최근 치위생계뿐만 아니라 주변 국제학회나 회의들이 술렁이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를 고민해 본다. 

황윤숙 논설위원(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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