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충치 예방을 위해 치과에서 흔히 이뤄지는 치아 홈 메우기(치면열구전색) 시술이 체내 환경호르몬 농도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치과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치면열구전색 시술을 받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소변에서 환경호르몬 의심 물질인 비스페놀 A(BPA) 농도가 약간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온 것이다.
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치과학교실 최연희 교수팀이 2014~2015년 2년새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31명을 대상으로 치면열구전색 시술에 따른 소변 내 BPA의 농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치면열구전색은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치아 표면의 홈을 메우는 예방적 치료를 말한다.
치면열구전색 시술은 충치 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선 2002년부터 치면열구전색 사업을 국가 차원의 구강보건사업으로 선정됐다. 또 2009년 12월부터는 건강보험 급여화 항목에 포함시켰다.
연구팀은 치면열구전색 시술에 따른 체내 BPA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치료 전과 치료 2~3시간 후, 치료 24시간 후의 소변 시료를 수집해 BPA 농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치면열구전색 시술을 받은 2~3시간 후 소변 내 BPA 농도는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 전에는 소변 안 노폐물인 크레아티닌 1g당 3.49㎍이던 BPA 농도가 시술 후 4.91㎍으로 증가했다.
치료 24시간 후에는 BPA 농도가 4.15㎍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치료 전에 비해선 높았다.
이는 조사 대상 아이의 일회용 랩 사용 빈도와 BPA 농도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 통조림 섭취 빈도 등을 고려한 뒤 다시 BPA 농도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치면열구전색 시술을 받은 치아면의 수가 많을수록 소변 내 BPA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이번에 검출된 농도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BPA 하루) 인체안전기준치(TDI)인 어린이의 체중 ㎏당 50㎍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면서도 “연구마다 (BPA) 유출량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사용되는 충전재료와 사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명확한 확인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최근 치면열구전색에 사용되는 충전재의 점도와 강도를 위해 첨가된 성분 일부가 구강 내 타액에 의해 BPA로 유리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참고로 BPA는 일부 식품과 음료의 저장용기, 캔, 포장재 등 일상생활용품에 사용되는 유기화합물로, 체내에서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로 통한다.
어린이가 BPA에 조기 노출되면 불안과 우울, 과잉행동 등 정신적 문제와 성조숙증 등 신체 문제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 <치면열구전색 전후의 어린이 소변 내 Bisphenol-A의 농도 변화>는 대한구강보건학회지 최신호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