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사이즈가 어떻게 돼요?” 치과 외모 차별 채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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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사이즈가 어떻게 돼요?” 치과 외모 차별 채용 논란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8.07.25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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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들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외모 지적 NO!”

일부 치과에서 치과위생사 채용 방식을 두고 외모 평가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채용에 앞서 신체 사이즈를 묻거나 성형을 권하는 치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과위생사들은 업무능력을 검증하기보다 ‘외모 평가’라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치과위생사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치과의 채용 과정에서 외모 차별을 받고 속상한 마음을 적은 경험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치과에서 면접을 봤다는 A치과위생사는 면접관으로부터 신체 사이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A치과위생사는 해당 치과에서 면접 도중 “신체 사이즈가 뭐냐. 우리 치과는 66사이즈 이하여야 한다”며 “우리 치과에서 일하면서 자기관리를 하면 나중에 연봉협상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B치과위생사는 지원한 치과에서 면접을 볼 때 원장으로부터 “안면비대칭이 좀 있다. 양악수술을 하라”는 외모 지적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해당 치과에 채용되지 못한 B치과위생사는 “자신감을 잃었다. 나를 원하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위축된 듯한 기색을 보였다.

안타까운 것은 외모에 대해 지적하는 질문을 받아 불쾌하더라도 면접관에게 대놓고 이런 감정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외모 차별을 받았다고 하는 치과위생사 대부분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당장 일할 곳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치과위생사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업무능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외모로 인한 채용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직활동을 할 때 외모 지적을 당한 적 있다는 C치과위생사는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외모로 인해 채용을 하지 않는다면 그 치과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관계자는 “환자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치과의료기관에서 외모를 잣대로 치과위생사를 채용하는 것은 의료윤리가 결여된 발상이자 치과위생사라는 업무역할에 대한 존중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이러한 치과 내 분위기는 치과위생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훼손시켜 치과위생사 직업의 이탈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기시하는 문화가 치과계에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 빼” 근무 중 외모 지적도 상당

치과위생사는 채용 시 뿐만 아니라 근무 중에도 외모에 대한 지적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일부 치과에서는 살을 빼라거나 화장을 하고 다니라고 강제하는 건 예삿일이고, “기본자세가 안 돼 있다”거나 “게을러졌다”면서 ‘외모=업무능력’으로 간주하는 발언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언은 치과 원장이나 중간 관리자 격인 실장 등 치과 내에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나오고 있다.

치과위생사 다수는 이러한 행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화장을 강요하는 건 진료실에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치과위생사에게는 맞지 않은 요구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 대학병원은 ‘화장기 없는 얼굴은 건강하지 않게 보이므로 생기 있는 메이크업을 할 것’ 등 여성 의료인에게 화장을 강요하는 식의 복장 매뉴얼을 만들어 빈축을 샀다.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인으로서 감염관리 등과 관련된 합리적인 복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여성 의료인을 ‘화사하게’ 단장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성차별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맹비난했다.

병원 측이 ‘적용 계획이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성 의료인의 자질과 무관한 외모가 평가 잣대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적인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일었다.

물론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병원에 대한 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구성원에게 얼마큼 더 예뻐 보여야 한다는 압박보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이 먼저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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