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림의 여행일기 (2)]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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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림의 여행일기 (2)] 캄보디아
  • 장아림 치과위생사
  • 승인 2020.09.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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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유례없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감염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바깥 활동이 망설여지는 답답한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증과 무기력증, 과도한 불안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한정된 공간만큼 마음마저 움츠러들 수 있는 독자들에게 여행의 대리만족과 추억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선사하고자 장아림 치과위생사의 여행일기를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유명한 그리스의 한 유적지를 갔었는데 그곳에서 60세가 조금 넘으신 어머님께서 저에게 웃으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지금 내 눈에는 이게 돌덩이처럼 보여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어릴 때 나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나이에 이런 데 많이 다녀요.” 이 얘기를 듣고 난 후엔 “어떻게 이렇게 멋진 곳이 한낱 돌덩이라고 느껴질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그분의 이야기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 같아요.
 
오늘은 세계 7대 불가사리인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를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일 년마다 갔었던 해외 봉사 덕분에 두 번이나 같은 곳을 여행하였어요. 처음은 7월 여름에, 그다음 해엔 1월 겨울에 갔었는데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 더워요.
 
캄보디아 하면 역시 웅장하고 독특한 앙코르와트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죠. 이곳은 사원이기 때문에 어깨와 무릎을 덮는 복장을 해야 했고, 주변에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는 곳이 없어서 주르륵 흐르는 땀을 계속 닦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앙코르와트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중앙탑이었는데 여길 오르기 위해서는 폭이 좁은 천상의 
계단을 올라야 해요.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팔과 다리를 이용해서 4족 보행으로 올라야 해요. 그곳에 오르면 사원 내가 한눈에 보이고, 신을 모시는 곳이라 그런지 조각들도 더 섬세하고 바람도 솔솔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저녁엔 씨엠립에 있는 펍스트리트에 갔었어요. 안젤리나 졸리가 자주 들렸다는 ‘더 레드 피아노’를 지나 크메르식 비비큐를 먹으러 갔어요. 악어, 개구리, 캥거루 등 특이한 고기들을 가운데 불판에 구어 먹고 가장자리는 육수를 부어주는데 샤브 형식으로도 먹을 수 있도록 해서 먹는 재미도 있고, 맛도 훌륭해요. 특히 악어고기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추가 주문까지 해서 먹었어요.
 
저녁이라 시원하게 구경도 하고 기념품들을 몇 가지 구매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캄보디아는 후추가 유명하다고 해요. 몇 개를 구매해 한국에 돌아와 라면이나 고기에 뿌려 먹으니 향도 너무 좋고 음식 맛이 더 풍부해지더라고요. 다음에 간다면 다양하게 많이 사 오고 싶어요.
 
캄보디아는 길을 다니다 보면 노인보다는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 이유를 물어보니 1970년대에 캄보디아는 20세기 최악의 사건 중 하나인 ‘킬링필드’사건이 있었다고 해요.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수도 프놈펜의 ‘킬링필드’를 갔었어요. 크메르 루즈 정권 당시에 안경 낀 사람, 정치인, 교수나 의사 등 지식인들은 물론이고, 캄보디아 전 인구 1/3의 희생자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느낄 수 있었던 곳 이었어요. 
 
그 장소에 있는 나무들은 같은 자리에서 어떻게 많은 사람이 학살되었는지 쭉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바람이 불 때마다 슬픈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참 아팠답니다. 문득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일까”라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어요.
 
프놈펜에는 현재 왕이 사는 프놈펜 왕궁도 있어요. 시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는데 왕궁이라 그런지 건축물들이 모두 금으로 화려하게 지어져서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왕궁은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치과위생사이다 보니 어느 나라를 가도 치과나 치아가 눈에 띄는데 캄보디아는 치과가 굉장히 많아요. 캄보디아 언어를 몰라도 간판에 떡하니 치아 모양이 있기 때문에 바로 이곳이 치과라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한번은 신기해서 치과에 가서 “이곳을 봐도 될까?”라고 물어보니 흔쾌히 보라고 해서 구경을 했었는데 그곳에서도 똑같이 치과 체어에 핸드피스 엔도파일 등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했었어요.
 
캄보디아는 봉사 일정과 항상 겹쳐서 많은 곳을 둘러볼 순 없었지만 친절한 사람들과 항상 웃는 얼굴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나라였어요. 앙코르와트가 물에 떠 있는 멋진 장면을 또 제 눈에 담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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